'극우' 참정당과의 협력에도 긍정 자세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우익'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전 경제안보상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은 이미 형 집행을 받았으니 죄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지통신,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전날 후지TV의 방송에 출연해 총리로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범은) 형을 집행받은 단계에서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어디서에서라도 (전범 등에게) 손을 모으고 싶다(기도하고 싶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지지통신은 그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할지 말지 확답을 피하며 "위령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발언"을 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유력한 집권 자민당 총재 후보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 자리에 오를 공산이 크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마찬가지로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해온 다른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농림수산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50) 전 경제안보상은 총리 취임 후 참배에 대해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4) 관방장관은 일본 왕실을 포함해 참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치의 책임"이라며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분사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9) 전 자민당 간사장도 "어떤 형태라도 누구나 참배할 수 있을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분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그러나 방송 후 기자들에게 "분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대 100여년 간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된 곳이다. 강제로 전쟁에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 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신흥 ‘극우’ 정당과도 협력할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8일 공개된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의 한 채널에 출연해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과의 협력과 관련 "이 정책이라면 함께 할 수 있다라는 협력을 해 나가는 게 입법부로서 전체 책임"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그가 "참정당, 일본보수당과의 정책 협의에 긍정적인 자세를 나타냈다"고 풀이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0월 4일 치러진다.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양강을 이루고 있다.
만일 그가 총리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경우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가 필연적이다. 일본의 대한국 외교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