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시스템 647개 전체 중단
2023년 11월에도 행정전산망 마비
백업시스템 있으나 현재는 가동 못해
27일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5분께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 팩이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했다.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로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약 9시간50분간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이날 오전 6시30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는 내부 연기를 빼내는 작업과 냉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완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화재로 대전 국정자원 내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 전체가 중단됐다.
국정자원은 각종 정부·공공기관의 정보통신 시스템이 모여있는 곳으로, 대전·대구·광주 등 3곳에서 약 1600개의 중앙행정기관 업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차질을 빚는 정부 서비스는 모바일 주민증, 국민신문고, 우체국 우편서비스 등이다. 정부부처 주요 사이트를 비롯해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대부분 접속이 불가한 상태다.
행안부는 현재 차질을 빚는 정부시스템 목록을 파악 중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11월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네트워크 장비 라우터의 포트 접속 불량으로 정부 주요 행정전산망이 장애를 일으켰고, 공무원 업무시스템은 물론 주민센터 민원 서비스까지 중단되며 전국적으로 혼란이 빚어졌다.
이어 같은 달에 조달청 나라장터, 모바일 신분증, e호조(공무원들의 회계처리 전산망) 등이 중단되는 사고가 잇따라 터지며 정부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이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정보시스템 장애로 발생하는 대규모 피해를 '사회재난' 유형에 추가하고 관리 체계를 전면 정비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사태는 화재가 원인인 만큼 이 지침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이번 장애는 화재로 인한 것이었고, 아직 열기가 다 빠지지 않아서 복구 작업에 착수를 하지 못한 상태"라며 "복구가 언제 끝날지는 열기가 빠지고, 소방 안전점검이 끝난 뒤 서버를 재가동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분원 간 백업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가동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전·광주 분원에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에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재해복구(DR)시스템이 구축돼있으나, 당장 전환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대규모 행정서비스 차질도 불가피하게 됐다.
김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대전과 광주는 서로 DR시스템이 구축됐지만, 일반적으로 작동되는 규모로 큰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는 최소한의 규모로만 운영되거나 스토리지·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갖춰져 있어, 시스템별로 DR을 가동할지 원래 시스템을 복구할지 판단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DR시스템을 바로 전환해서 가동되는 것보다는 시스템들의 피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부터 복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국민 혼란을 야기했던 전산시스템 마비가 1년 10개월 만에 반복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행안부는 이번 사태로 가동한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으로 격상해 대응 중이다.
전산 장애로 중대본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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