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어찌하오리까"…미국 출장 망설이는 중소기업들

기사등록 2025/09/27 11:01:00 최종수정 2025/09/27 11:06:24

업계, 게리 샤피로 CEO에 비자 문의해

비자 문제로 몸 사리며 상황 예의주시

"신중히 검토하고 알아보는 자세 필요"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비자 제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25.9.27.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 비자 정책이 요동치면서 그 여파가 국내 중소기업까지 미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 참석을 걱정하는가 하면 대미 투자를 보류하는 등 업계는 숨죽이는 모양새다.

2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창업진흥원(창진원)은 전날 'CES 2026 통합관 제4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내년 CES에 차려질 K-스타트업 통합관 참가 기업에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창진원은 지난 2022년부터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통합관 사업을 본격 운영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CES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참가 기업이 전자여행허가(ESTA)를 신청해 참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열린 세미나에 참석 기업들이 게리 샤피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최고경영자(CEO) 겸 부위원장에 비자 발급과 관련 문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CTA는 CES 주관사다.

샤피로 CEO는 "호텔, 항공권을 미리 확정하고 빠른 비자 신청을 권장한다"며 "최신 기준으로 준비해야 하고 필요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조지아주에서 일어난 체포·구금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을 것이고 심각한 비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5.09.27. kch0523@newsis.com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연일 쏟아지는 미국 비자 이슈에 중소기업들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적극적인 미국 진출 대신 몸을 사리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비자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를 약 100배 올렸고 ESTA 수수료를 21달러에서 40달러로 인상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찰리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외국인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조지아 구금 사태 충격이 커서 내달 미국 출장을 취소했다"며 "기존에 하던 것도 그렇고 신규 투자는 잠시 멈춘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비자 문제에 대응하려고 현지 변호사를 구해서 준비 중인데 급하게 하면 탈 날까 봐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 제조업 대표 A씨는 "다음 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는데 걱정한다고 잠을 못 잤다"며 "ESTA 유효 기간이 1년이 넘게 남았는데 혹시 몰라서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서류를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그간 당연시되던 일도 신중히 접근할 것을 업계에 주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ESTA로 활동하는 게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을 할 때도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혹은 부스에서 필요한 장비를 반출할 때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감이 증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검토하고 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외에 다른 대체 시장을 알아보고 진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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