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로 김건희 소환…'尹 공모관계' 입증 관건
김건희 상대로 그림 취향, 관저 등 이동 경로 추궁
특검, 尹 조사 시기 고심…다른 의혹 한꺼번에 조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조사하고 4시간30분 만인 오후 2시30분께 퇴실시켰다.
조사 도중 2시간20분 동안 점심 식사와 휴식이 주어져 실제 조사 시간은 2시간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된 지 27일 만에 이뤄진 조사였다. 김 여사 측에서는 채명성·유정화 변호사가 입회했다.
김 여사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구매가 기준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을 뇌물로 넘겨 받고 지난해 총선 공천 등을 함께 부탁 받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 7월 김 여사의 오빠 진우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해당 그림을 발견한 뒤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고, 구매자를 김 전 부장검사로 특정한 바 있다.
앞서 공천개입 사건에 연루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김 여사가 '김 전 부장검사가 조국 수사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며 그를 챙겨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천에서 탈락했고 이후 4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채용됐다.
특검은 앞서 구속된 김 전 부장검사와 사업가 강모씨가 주고 받은 문자 내역도 제시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김 여사가 평소 추상화 대가 윤형근·박서보 화백 그림을 좋아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김 여사에게 추상화 거장으로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선호하지 않느냐며 마찬가지로 이 화백 그림도 선호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그림이 왜 오빠 장모의 자택에 가 있었는지, 한남동 관저에 그림을 걸어둔 적이 있었는지도 캐물었다고 한다.
특검은 이러한 그림 뇌물 수수 및 공천·인사 개입 의혹에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이날 김 여사를 상대로 관련 신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는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주체가 공무원이어야 적용될 수 있는데, 특검은 김 여사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해 소환했다. 이를 입증하려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그림을 주고 받은 일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김 여사는 앞서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된 지 27일 만에 특검에 출석했다. 앞서 그는 구속된 후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5번 소환돼 조사를 받았지만 진술을 거부해 왔다.
김 여사 측은 비록 이번 조사에선 진술을 거부했으나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문제가 된 그림에 대해 김 여사는 앞선 특검 조사에서 '이 화백의 그림은 위작이 많은 만큼 본인이라면 해당 그림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또 해당 그림을 소유한 적이 없으며 김 전 부장검사의 공천을 명씨에게 따로 부탁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부장검사 측도 김진우씨가 '김 여사 가족이 그림을 산다는 소문이 나면 가격이 최소 2~3배 뛸 수 있다'며 구매 대행을 요청해와 이를 들어 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여사의 뇌물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시기를 고심 중에 있다.
특검은 이번 '그림 뇌물' 의혹 외에도 '명태균 게이트', '통일교 로비' 등 다른 의혹 전반에 있어 윤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어 가급적 한 번에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조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난달 초 두 차례 구치소에서 인치(끌어내 옴)를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저항에 불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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