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어월' 가동…고숙련 비자 통한 저임금 외국인 고용 차단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용 비자인 H-1B를 악용해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제도를 남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2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고용주가 채용 과정에서 미국인을 우선시하도록 하기 위해, H-1B 비자 남용을 단속하는 '프로젝트 파이어월(Project Firewall)'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 고용 확대를 위해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3990만원)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H-1B 비자 제도는 1990년 의회가 도입한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용 미국 입국 통로로, 기존에는 근로자 1명당 5000달러(약 696만 8000원)미만의 수수료만 내면 됐다. 이번 조치는 기존 비자 소지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내년 2월 비자 신규 추첨 이후 신청자부터 대상이 된다.
론 히라 하워드대 정치학 교수는 "H-1B 제도가 제대로 집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 근로자 분류 방식까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소싱 기업인 인포시스, 타타, 코그니전트 등은 대표적인 H-1B 활용 기업으로,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약 50만 명이 H-1B 비자를 통해 근무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3년마다 갱신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 병원·제조업체·농촌 지역의 의사·치과의사 등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샌프란시스코 이민 전문 변호사 맬컴 거슐은 "정책을 설계한 이들이 이민 제도의 실제 운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 이민변호사협회 제프 조셉 회장도 "정책의 최종 피해자는 정부가 겨냥한 대기업이 아니라 암 연구자나 의료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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