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옛 적십자병원 내 'AI 헬스케어 실증센터 조성' 구상안 제시

기사등록 2025/09/21 09:26:26

시 "5·18 전시·기념 공간 다수…생명 정신 계승 뜻"

[광주=뉴시스]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옛 적십자병원. (사진=광주시청 제공·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광주시가 매입 이후 활용 방안을 두고 공전을 거듭해온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 옛 적십자병원에 'AI(인공지능) 헬스케어 실증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안을 제시했다.

과거 5·18 당시 부상자들을 향한 헌혈로서 광주시민들이 구현했던 '생명·나눔 정신'을 AI를 접목한 미래 의료 기술로 계승하겠다는 복안이 지역사회의 소구력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광주 동구 불로동 소재 옛 적십자병원을 대상으로 '5·18 미래세대관 조성 사업'(가칭)을 구상하고 있다.

사업은 항쟁 당시 헌혈로 생명·나눔 정신을 구현했던 옛 적십자병원의 역사적 공간을 보존하고 의의를 널리 알리는 내용이 골자다.

5·18 당시 실제 헌혈이 이뤄졌던 공간 등 보존과 함께 생명·나눔 공간을 조성해 헌혈센터와 시민 쉼터를 운영하는 방안, 옛 적십자병원의 역사를 증강현실 등으로 구현한 전시관 등이 예고됐다.

시는 여기에 더해 옛 적십자병원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반영하는 공간을 추가 도입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보존된 병원 내부에 AI 헬스케어 실증센터를 조성, 과거 헌혈로 구현된 생명·나눔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계획이다.

AI 헬스케어란 인공지능이 의사나 간호사처럼 환자의 건강을 직접 돌보는 도우미 역할 개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스마트워치를 통한 건강 관리, 자치구가 시행 중인 자택에 설치된 센서 또는 카메라를 통한 노인 돌봄 서비스 등이 도입돼 운용 중이다.

시는 옛 적십자병원 내부 2~3층에 AI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를 실증할 수 있는 센터를 조성, 나아가 실증센터와 연계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6일 오후 광주 동구 옛적십자병원에서 이창성 전 중앙일보 기자가 5·18 당시 촬영했던 병원 내 헌혈 장면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옛적십자병원은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맞아 5월 한달 동안 임시개방된다. 2025.05.06. leeyj2578@newsis.com
과거 5·18 당시 부상자 치료·헌혈 역할을 했던 옛 적십자병원의 의의를 미래 의료 기술로서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의 이같은 구상안은 지역사회에 선뜻 다가오지는 않는 모양새다.

시는 지난 19일 열린 5·18민주화운동정신계승위원회(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옛 적십자병원 내 AI 헬스케어 실증 센터 도입안을 정식 공개했다. 당시 회의는 옛 적십자병원 건물 보존 범위와 본관 활용방안이 결정되는 자리였다.

회의에서 위원회는 옛 적십자병원 건물 보존 범위에 대해 당초 논의된 병원 본관과 영안실 일부를 보존하는 내용에 원안 통과를 의결했다.

그러나 AI 헬스케어 실증센터를 도입하는 구상안에 대해서는 부결, 산하 5·18 사적지 소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업 추진 방향을 재차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AI 헬스케어 실증센터 운영 주체와 방식 등이 세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고 옛 적십자병원과 AI를 연결짓는 전달력이 부족, 위원회 차원의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회는 조만간 소위원회를 열어 AI 헬스케어 실증센터 조성을 둔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6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맞아 임시개방된 광주 동구 옛적십자병원 1층 출입구가 열려있다. 5·18사적지 제11호로 지정된 옛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의료진들이 부상자 치료에 헌신한 공간이자 헌혈행렬로 뜨거운 시민정신을 나눈 역사적 공간이다. 서남학원이 1996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매입,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운영하다 2014년 휴업했다. 2025.05.06. leeyj2578@newsis.com
위원회 한 관계자는 "옛 적십자병원은 단순한 병원 건물이 아니라 사적지이므로 무분별한 상업적·첨단시설 도입은 역사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추모·교육의 공간과 첨단 의료산업 공간이 섞이면 공간 정체성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옛 적십자병원을 직접적인 의료 산업단지로 활용하기보다는 5·18 당시 환자 치료 기록을 디지털화해 보존·전시하거나 AI 의료 기록 분석 기술로 당시와 지금의 의료환경을 비교 전시하는 것은 어떨지"라며 "공공·시민 건강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지역내 5·18 관련 전시·기념 공간이 다수 운영되고 있는 점에 따라 옛 적십자병원이 가진 공적 측면에서의 특별한 공간 조성 필요성이 떠올랐다. 과거에 이어 미래까지 생명·나눔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복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광주시가 표방하고 있는 미래 기술인 AI와 접목할 경우 옛 적십자병원의 의의와 맥락이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 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의료진들이 부상자 치료에 헌신한 공간이자 헌혈 행렬로 뜨거운 시민정신을 나눈 역사적 공간이다. 서남학원이 1996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매입,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운영하다 2014년 휴업했다.

광주시가 지난 2020년 88억여원을 들여 서남학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았지만 최근까지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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