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마저 의심"…울먹인 판사, 처자식 살해 가장에 무기징역

기사등록 2025/09/19 14:51:15 최종수정 2025/09/19 16:50:24

"천륜 반하는 범죄, 응분 철퇴" 주심 판사 선고하며 눈시울 붉혀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고 있다. 2025.06.04.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반드시 그 대가를……그 대가를"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아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가장이 1심에서 검찰의 구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주심 판사는 천륜에 반하는 잔혹한 범죄라고 지적하던 중, 울먹이다 눈시울을 붉히며 간신히 선고를 마쳤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22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49)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1일 오전 1시12분께 전남 진도군의 한 항만 선착장에서 동갑내기 아내와 두 아들(18·16)이 탄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건설현장 일용직 노무팀장인 A씨는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1억6000만원 상당의 빚을 져 채무에 시달렸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아내 간호가 힘들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돼 노동 당국 수사를 받게 되자 신변을 비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5월30일 오후 5시12분께 가족여행을 이유로 무안 모 숙박업소에 하룻밤 숙박, 다음 날인 31일 목포와 신안 등을 거쳐 진도로 이동했다.

이동 중 목포 평화광장 근처에서 차량 안에 있던 가족들에게 '영양제'라며 수면제를 희석한 피로회복제 음료를 건네 복용하게 했다. 수면제는 아내가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처방 받았다.

범행 후 홀로 차에서 빠져나와 인근 야산에 숨어있던 A씨는 지난 2일 선착장에서 약 3㎞ 떨어진 상점에서 전화를 빌려 형과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광주로 이동한 A씨는 범행 44시간 만에 광주 서구 양동 길거리에서 긴급 체포됐다.

주심 박재성 부장판사는 "천륜에 반하는 범죄다. A씨와 숨진 아내는 자녀들의 맹목적 신뢰를 이용해 자신들을 믿고 따르던 자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바다에 빠진 후 바닷물을 조금 마시고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자마자 메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고 열린 창문을 통해 차량에서 빠져나와 40분여 만에 뭍으로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빚 때문에 아들들과 지병이 있는 아내가 자신에게 짐만 될 것이라 생각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하는 A씨에 대한 인간 기본 본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끔찍한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선고 요지를 빠르게 읽어내려가던 박 부장판사는 "패륜적이고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반드시 그 대가를…,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이러한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목이 메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특히 "천명함으로써"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울먹이다 끝내 눈물을 흘리자 배석 판사는 박 부장판사에게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러한 이유로 A씨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겨우 감정을 추스르며 선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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