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합건설업체가 전문성 부족한 공종을 수주한 후
무등록 전문업체에 불법 재하도급하는 사례 다수 적발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최근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건설 현장 불법하도급 집중 단속 결과,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 행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특히 정부는 '건설업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를 악용한 새로운 유형의 불법 하도급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
◆집중 단속 결과, 민간 현장과 소규모 공사에서 불법 하도급 '만연'
4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의 100일 집중 단속 결과, 조사 대상 508개 현장 중 179개(35.2%)에서 333건의 불법 하도급이 적발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공 발주 공사(28.2%)보다 민간 발주 공사(43.4%)에서, 그리고 10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서 적발률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불법 하도급 유형은 무자격자 하도급이 72.4%로 가장 많았고, 재하도급 위반이 27.6%를 차지했다.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가 불법 하도급의 '새로운 통로'로 악용
대한건설저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2021년부터 시행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가 새로운 유형의 불법 하도급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를,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업역 간 칸막이를 허물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 종합건설업체가 전문성이 부족한 공종을 수주한 후, 무등록 전문업체에 불법적으로 재하도급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었다. 이는 종합업체가 단순히 '일감 확보'를 목적으로 전문공사를 수주하고, 실제 시공은 무자격자에게 맡기는 편법적인 관행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시공 품질 저하와 안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성실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전문건설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제도 보완 넘어 '원점 재검토' 필요성 대두
정부는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 불법 하도급 기대 이익보다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등록 말소 및 과징금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불법 하도급의 새로운 통로가 된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소규모 공사에서 종합과 전문이 단순히 수주만을 목적으로 경쟁하는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영세 전문건설업체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진출을 제한하는 보호 구간을 설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12월에 보호구간 일몰종료를 앞두고 상호시장 진출에 따른 변화와 향후 수주전망 등 건설산업 현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상호시장 진출 제도 보완, 건설산업 생산체계 발전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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