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전쟁 본격 개막…주도권 경쟁 변수는

기사등록 2025/09/12 10:37:21

SK하닉, HBM 개발·양산 경험 우위…리스크 최소화 주력

삼성전자, 업계 최초 D1c 공정 도입…선두 추격 '공세적'

마이크론, 세컨드 벤더 자리 수성전…원가 절감 총력전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최신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용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최신 제품 'HBM4'(6세대)의 수주 경쟁이 개막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SK하이닉스가 HBM4 12단의 양산 준비를 마친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도 채비가 한창으로, 막바지 총력전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최신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시제품이 반도체 기기의 규격을 규정하는 반도체 분야 표준화 기구인 제덱(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의 기준을 만족하고, 실제 대량 생산을 위한 기준과 절차가 내부적으로 충족됐음을 뜻한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차세대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한 데 이어, 양산 준비도 가장 빨라 고객사 품질 테스트 통과 역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최신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선도 업체로서, 제품 개발과 양산 경험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양산 준비가 막바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HBM 업계는 엔비디아와 내년 공급 협상을 아직 진행 중으로, SK하이닉스의 양산 준비 완료 선언으로 최신 제품의 수주 경쟁은 더욱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치열한 개발 경쟁…안정적 vs 도전적
이번 HBM4는 여느 때보다도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메모리는 통상적으로 국제 표준에 따라 제조 방식과 성능이 대략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HBM4만큼은 각 사의 제조 공정이 달라서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안정성' 면에서 가장 우위다.

SK하이닉스는 기존 5세대(HBM3E)에서 적용한 공정을 그대로 가져간다. D램 칩은 10나노급 5세대(1b) D램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패키징 기술도 자사 고유의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을 그대로 쓴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방식이다. 검증된 기술로 양산 과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도전하는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개발 계획을 짰다. D램 칩은 10나노급 5세대(1c) D램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HBM에 1c D램 기술을 도입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D램은 세대가 진화할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HBM 성능 개선과도 결부된다. 다만 제조 난도가 높고 양산 경험이 적어, 공정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마이크론 역시 기존의 1b 공정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패키징 공정도 SK하이닉스와 다르다. 이 회사들이 사용하는 기술은 'TC 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필름)' 방식인데,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 외부 충격 등에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서울=뉴시스]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0일(현지시간) HBM4 36GB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마이크론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스 다이' 전략, 완전히 갈려…16단 경쟁도 주목
베이스 다이 제조 방식은 회사마다 완전히 갈렸다.

베이스 다이는 GPU와 직접 연결되는 HBM 가장 아랫부분으로, 데이터 흐름 관리와 연산 성능을 제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부위는 그동안 메모리 업체가 자체적으로 설계했지만, HBM4부터는 선택이 나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해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TSMC의 12나노 공정을,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 공정을 각각 채택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성능과 전력 효율도 개선될 수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아직 메모리 공정 기반으로 베이스 다이를 제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원가 전감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성능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객사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번 HBM4는 내년 말 양산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HBM4의 최대 대역폭은 초당 2테라바이트(TB)로, HBM3E(1.2TB)보다 67% 향상됐다. 이전 세대보다 2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적용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했다. 대역폭(Bandwidth)은 패키지 1개가 초당 처리할 수 있는 총 데이터 용량을 뜻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한 번에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전력 효율은 40% 이상 끌어올렸다.

이어 내년 16단 HBM4은 제조 난도가 한 번 더 올라간다.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관리를 위한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16단 적층을 위한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장비 업계도 차세대 장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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