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장기기증인 3931명…전년 대비 11.3%↓
서울 중구 서울광장서 제12회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서지수 인턴기자 = 장기기증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지난해 장기기증인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환자는 8.3명으로 파악됐다.
8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국내 전체 장기기증인은 3931명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뇌사 장기기증인은 397명으로 17.8% 줄어든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4000명가량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매일 8.3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고 있었다.
지난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역시 7만563명으로 전년보다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서울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1만3879명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서울시의 누적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48만4234명으로 인구 대비 5.18%의 등록률을 나타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등록률을 기록했다. 지역별 희망등록률은 ▲서울 5.18% ▲전북 4.8% ▲부산 4.72% ▲울산 4.38% 등으로 전국 평균은 3.8%로 추산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서울시는 같은 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제12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생존 시 신장기증인, 장기이식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생명나눔, 희망 잇는 서울광장'을 주제로 기념식을 진행했다. 기증인은 각자의 사연을 통해 장기기증을 결심한 계기를 설명하고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한 소회를 공유했다.
2022년 7월 22일 생후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며 두 명의 생명을 살리고 간 뇌사 장기기증인 고(故) 이승준씨의 모친 윤정원(44)씨는 아들이 남긴 사랑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뇌사 장기기증인 김휘중씨의 누나는 자신의 동생이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로도 행복하다며 "동생이 주고 간 생명으로 살아가는 분이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증인은 이 자리를 빌려 기증인을 향한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
신장을 이식받은 팽선강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투석 치료를 받게 되면서 고통 속에 살았지만 10개월 만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이식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그 뒤로 신장이 다시 망가지면서 인공신장기 등에 의존해 살다가 두 번째 이식을 받게 됐다며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으로 새 생명을 얻은 사람 중 제가 선택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을 가지고 살고 있을 기증인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기증인의 몫까지 오래 건강하게 이식받은 신장을 잘 관리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했다"라며 "삶의 절망에서 불신만을 가지고 갇혀있던 제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기증인과 어려운 결정을 해준 기증인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했다.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장기기증은 내 삶의 마지막에서 또 다른 생명을 꽃 피우는 가장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라며 "오늘 이 기념식이 더 많은 시민에게 장기기증의 의미를 새기고 생명나눔이 동참하는 용기를 얻는 출발점 되길 바란다. 생명을 나누는 길에 함께 하는 모든 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희망"고 말했다.
유재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행사가 단순한 기념일로 그치지 않고 생명을 살리겠다는 희망의 선언을 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이 선언이 서울을 넘어 전국과 다음 세대까지 퍼져나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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