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
"어릴때부터 어울리면 차별도 완화"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던 2017년. 그 후로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다녀야만 했다. 눈물과 절규마저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특수학교는 장애인 만이 아닌 비장애인과 우리 사회 전체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며 거리로 나서는 엄마들이 있다.
지난 5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도움으로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를 한 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낮았던 30년여년 전 자폐성 장애 자녀를 키운 엄마다.
또래에 비해 옹알이가 늦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김 부회장의 자녀는 17개월 무렵에 유사 자폐, 두 돌 무렵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의사 선생님이 아예 딱 단정을 내리셨기 때문에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자폐 진단을 받고 김 부회장은 이틀을 내리 울었다고 했다. 그런 김 부회장이 다시 일어선 건 아이러니하게도 자녀의 존재였다.
그는 "48시간 동안 하염없이 울다보니, 문득 아이가 너무 아까웠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는데 내가 이렇게 우는 게 나한테도, 아이한테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며 "그래서 48시간을 울다가 이제 우는 건 여기서 끝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아이 때문에 더는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장애아동을 키우는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그때만 해도 아이한테 장애가 있으면 엄마가 임신 중에 뭘 잘못 했느냐는 식으로 엄마 탓을 많이 했다"며 "아이도 의사 표현을 잘 못하니까 하루종일 악을 쓰는데 그때는 왜 악을 쓰는지 모르니까 고통스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역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김 부회장의 자녀는 초중고 12년 동안 특수학교가 아닌 통합교육을 받았다. 특수학교에 갈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 비장애인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단 학창 시절은 김 부회장의 의도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그는 "통합교육을 하면서 우리 아이는 정말 많은 괴롭힘을 받았다. 초중고 12년, 아이는 지옥에 있었다"며 "제가 아이에게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미안함"이라고 했다.
우연한 기회로 장애인부모연대에서 활동하게 된 김 부회장에게 서진학교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 부회장은 장애아동 부모들이 무릎을 꿇던 그 현장에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무릎 꿇는 게 정말 싫었다. 그때 현장에서 들었던 생전 처음 접하는 수많은 욕설과 그 사람들의 행동이 마치 우리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수모를 당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내가 아니라 내 아이가 저들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엔 장애아동 부모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었다는 것만 화제가 됐지만 다소 충격적인 뒷이야기가 있다.
김 부회장은 "엄마들이 우르르 나와서 무릎을 꿇었는데, 서진학교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나와서 '너희만 무릎 꿇을 수 있어? 나도 꿇을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오지마'라며 맞무릎을 꿇더라"라며 "우리는 정말 세상을 향한 호소로 무릎을 꿇은건데 상대가 그렇게 나오니까 내가 정말 악을 쓰면서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서진학교 사태 이후 8년이 흐르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지만 여전히 서울 성동구 성진학교 설립을 두고 찬성과 반대가 나눠 대립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주민 설명회에 가서 현수막을 보니, 8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느껴졌다"며 "그 자리에 자체장애 아이들도 있었는데, 이 아이들 표정을 보면 사람들이 나를 혐오하고 비하하는구나라는 걸 느끼는 게 보여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또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9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성진학교 설립안에 대해 의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성진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아동을 별난 종족 취급하거나 같이 있으면 큰일 나는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 통학하고 오가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세월이 쌓이면 장애와 비장애 차별이 완화되지 않을까요. 사람마다 다 별나고 차이가 있는데, 성진학교가 그 차이라는 점을 무뎌지게 하고 완화해주지 않을까 기대해요."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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