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AI 특목고 지방에 많이 지으면"…고개 갸우뚱 시선도, 왜?

기사등록 2025/09/07 07:00:00 최종수정 2025/09/07 09:20:24

이 대통령, 지방에 AI 특목고 설립 언급

"학교 선택 기준은 진학 성과인게 현실"

"AI특목고, 결국 진학 통로 변질 가능성"

"특목고 유치 지역 보면 인재들 서울로"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과 큰 상관 없어"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9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5.09.0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이종성 수습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신설을 언급하면서 교육계에서는 AI교육과 지역 발전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고교 서열화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과거 특목고 폐지를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책 성향을 고려하면,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교육적 관점과 관심이 부족한 게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특목고는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계열 고등학교(과학고), 외국어에 능숙한 국제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국제계열 고등학교(외고), 예술인 양성을 위한 예술계열의 고등학교와 체육인 양성을 위한 체육계열의 고등학교(예·체고), 산업계의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 등이 있다.

특목고는 교육계에서 찬반이 양분되는 대표적인 논쟁 사안 중 하나다.

통상 보수계열에서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특목고 등을 선호하고, 진보계열에서는 고교 서열 완화를 위해 특목고 등의 폐지를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외고·자사고·국제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무효화한 바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9차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AI 대전환 등 시장 변화에 맞게 노동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AI 리터러시, 즉 AI 문해력과 AI 활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AI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특목고를 지방에 많이 지으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을 보면 특목고 중에서도 과학고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고는 외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에 비해 존폐 논란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학교 유형 중 하나다. 학생 대부분이 이공계열로 진학하면서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대통령의 언급처럼 AI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특목고가 많이 지어지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특목고는 고교 서열화의 기제로 작동한 면이 컸다"며 "무분별한 특목고 신설은 서열화 심화를 재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정책대안연구소장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특목고는 선발권을 갖고 있어서 고교 서열화의 심화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현행 교육 제도와 고교 교육의 특성을 고려하면 AI특목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세린 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AI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산업 전반과 환경, 기업 입장을 살펴보는 게 맞다. 대학교도 아니고 고교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구 소장도 "현실적으로 대학 진학 성과가 학교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AI특목고도 결국 입시를 대비하는 진학 통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른 사교육 유발, 조기 선행학습 심화 등 부작용도 크다"고 말했다.

지역에 AI특목고를 설치하더라도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특목고를 유치한 지역을 봐도 졸업 후 인재가 지역에 남지 않고 대부분 서울로 유출된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과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이 대통령이) 기존 민주당 정권의 특목고 폐지 기조를 반했을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 토론과 교육 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진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며 "입시 과열화로 인해 학생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최근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에 엄격히 대응하는 것처럼 교육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공동대표는 "현 정권에서는 고교 서열화 해소, 평가 체제 개선 등 교육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부재했다"며 "이런 발언을 통해 현 정부에서 이에 대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bsg0510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