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크라에 '독일식' 완충지대 검토…가능성은 불투명"

기사등록 2025/08/29 12:59:48 최종수정 2025/08/29 14:04:24

너비 40㎞ 비무장지대 설치 가능성

우크라 동의·유럽군 규모 등 불확실

"순찰로 러 침공 방지 불가" 지적도

[키이우=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 '의지의 연합' 주요국 정상들이 지난 5월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의를 하고 있다. 2025.08.29.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유럽이 휴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40㎞ 너비 '완충 지대(buffer zone)'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28일(현지 시간) 유럽 외교 관계자 5명을 인용해 "유럽 지도자들이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전선에 완충 지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협의를 거쳐 양국간 경계선을 그은 뒤 폭 40㎞의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해 군사적 충돌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는 완충지대는 '러시아가 받아들이는 최후의 아이디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매체는 그러면서 "유럽은 이것을 여전히 전쟁 중인 남북한의 삼엄한 경계선과 비교하는 것을 피하며, 그 대신 냉전 시대 독일 분단에 비유하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며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DMZ 모델이 아닌, 실제 무력충돌보다는 경계 획정 및 월경 방지에 방점을 뒀던 동-서독 국경 모델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광범위한 비무장지대 설정에 동의할지부터 불투명하다.

폴리티코는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내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불안정한 평화를 강제하려는 사실은 전쟁 4년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나토가 얼마나 절실히 해법을 찾는지 보여준다"고 봤다.

그러면서 "당국자들은 완충지대의 정확한 깊이(너비)에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은 영토 양보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아 우크라이나가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계획하는 전후 우크라이나 파병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폴리티코는 "유럽의 제한된 병력으로는 (완충지대 경계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완충지대를 설정하더라도 전방 경계는 우크라이나군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고, 유럽 병력은 서부 후방에 주둔하며 훈련 등 지원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유럽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짐 타운센드는 이에 대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것"이라며 "영국과 프랑스 순찰자 몇 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군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도 완충지대 조성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익명의 유럽 당국자에 따르면 완충지대 조성안은 지난 25일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의장, 알렉서스 그린키위치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미군 유럽사령관)이 참석한 나토 군 지휘부 회의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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