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진흥원 기획공연 '오정해의 사랑방 풍류'
판소리 김일구, 대금 원정현, 고수 이태백 명인의 즉흥 무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얼씨구, 좋다!" 추임새는 '사랑방 풍류' 내내 끊이지 않는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김일구(85) 명인의 건배사에도 국가무형유산 거문고산조 이수자이자 원장현류 대금산조를 창시한 원장현(75) 명인과 아쟁산조 이수자로 국내 최초 아쟁 박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태백 명인(65)이 함께한 즉흥연주 시나위에도 '얼씨구', '좋다', '얼쑤', '으이' 등 계속된 추임새는 사랑방 손님들뿐 아니라 명인들까지 신명 나게 한다.
27일 13년 만에 다시 열린 국가유산진흥원 기획공연 '오정해의 사랑방 풍류' 무대 민속극장 풍류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랑방으로 탈바꿈했다.
원형 무대 가운데 돗자리가 깔리고 바닥 한쪽에 북과 장구가, 바닥 가운데 낮은 탁자에 가문고, 가야금, 아쟁 등 각종 전통악기가 놓였다. 천장에는 양반댁에 걸렸던 붉은 대형 전통매듭 4개가 달렸다.
무대 양쪽에 놓인 전통문양 탁자 2개에는 각각 육각 4등이 놓였다. 대형 병풍은 무대 뒤 설치된 화면에 입체적으로 펼쳐져 있다. 무대 왼쪽에는 명인들을 위한 의자 3개와 사이 탁자에는 전통다과와 차가 준비됐다. 사랑방 손님이 된 관객들의 손에도 입구에서 받은 전통다과와 차가 들렸다.
이날 진행을 맡은 국악인이자 영화배우 오정해는 세 명인들을 "우리 음악의 뿌리"라고 소개했다. 무대에 등장한 명인들은 이날 전석을 채운 사랑방 손님들에게 인사하면서 다시 서게된 무대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정해는 김 명인에게 건배사를 청하면서 관객들의 흥에 시동을 걸었다. 김 명인은 건배사에서 우리 전통음악을 아껴달라는 당부와 관객들의 가족간 화목과 즐거운 삶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덕담을 한 후 '얼씨구'를 외쳤다. 이에 관객 모두 차를 들고 "좋다!"고 화답했다.
김 명인이 이날 '적벽가' 대신 택한 '심청가' 중 '모녀상봉 대목'에서는 이 명인이 북채를 잡았다. 옥진부인이 된 곽씨 부인과 심청 모녀를 상봉하는 대목은 1인 뮤지컬 한편을 보는 듯했다. 고수인 이 명인만이 하던 추임새는 판소리 마지막에 관객들까지 따라하게 했다.
발동된 흥은 원 명인이 이어받았다. 대나무 무늬의 흰 두루마기를 걸친 원 명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원장현류 대금산조를 연주하자 장구채를 든 이 명인과 함께하는 관객들의 추임새가 들렸다. 장구소리에 맞춰 흐르는 원 명인의 대금산조는 관객들의 고개도 흔들리게 했다.
관객의 흥은 김 명인은 집게손가락이 다쳐 잘 연주하지 않았던 가야금까지 꺼내 들게 했다. 김 명인이 강태홍류 가야금산조에 즉흥 연주를 더 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잘한다!" 추임새가 나왔다.
80세가 넘은 김 명인이 가야금 연주 후 쉬는 동안 원 명인과 이 명인이 진도 씻김굿을 후배 국악인 임현빈, 김나영, 김태영과 함께 선보였다. 원 명인은 대금을, 이 명인은 아쟁을 연주한 씻김굿은 망자의 넋을 달래고 산 자의 한도 풀었다.
공연 중간마다 이어진 명인들과 차담과 오정해의 재담은 사랑방의 흥미를 더했다. 오정해의 재담에 긴장이 풀린 명인들은 어린 시절 음악을 하게 된 계기, 무대 뒷이야기 등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차담 중 김 명인의 아역 연기자 시절 사진, 원 명인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 이 명인이 출연한 영화 '휘모리', 이 명인의 어머니 이임례 판소리 보유자 등이 담긴 30여 장의 사진 영상은 명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흥은 마지막 무대인 세 명인의 즉흥 합주 시나위에서 절정에 달했다. 김 명인은 아쟁과 가야금을, 원 명인은 거문고와 대금을 잡았다. 이 명인은 장구로 이들의 즉흥연주를 이끌었다.
합주 중 김 명인이 가야금 즉흥 연주에 관객들이 "얼씨구"를 외치자 일어나 어깨춤을 췄다. 그러자 원 명인은 빠른 박자의 거문고 즉흥연주로 흥을 끌어올렸다. 이어진 이 명인의 장구 즉흥 연주에 관객들은 장단에 맞춰 손뼉까지 쳤다.
관객들의 환호성 함께 대미를 장식한 세 명인의 즉흥 합주에 딱 맞는 추임새는 "얼씨구~조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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