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하다임 인턴 기자 = "짧은 순간 너무 많은 주문이 들어와 주문량을 소화하기 어려워 주문을 닫아놓게 됐습니다"
국내 수제 만년필 제조업체 '제나일'은 27일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띄워 "저희가 소규모 공방인지라 많아도 하루에 열몇 개 정도만 제작 가능한 규모"라며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서명용 펜을 칭찬한 뒤 해당 펜 제조업체에 주문이 폭주한 것이다.
이어 "지금 주문해주신 제품들도 모두 꼼꼼히 제작해서 보내드리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면서 "발송 가능한 일정도 당장 계산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꼼꼼해서 제작해서 보내드리겠다. 염치없고 송구스럽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나일은 이 대통령의 펜은 따로 주문 제작된 것이기에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향후 주문 가능 일자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주문 가능할 때 솔드아웃을 풀어놓는 정도로 진행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기념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이 사용한 펜을 보고 "좋은 펜(nice pen)" "두께가 굉장히 아름답다(beautiful)" "정말 멋지다. 당신의 나라에서 만든 거냐"며 관심을 보였고, 이에 이 대통령은 웃으며 펜을 선물했다.
이 펜은 다소 두꺼운 두께의 갈색빛 펜으로, 제나일이 약 한 달 반 동안 주문 제작한 제품이다. 대통령실은 모나미 네임펜이 들어가는 케이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제나일은 장미나무 원목을 직접 깎아 케이스를 만든 뒤 드릴로 구멍을 내어 네임펜을 끼워 넣었다. 펜 뚜껑 위엔 태극 문양, 펜대 상단에는 봉황 문양을 새겨 상징성을 더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제나일은 가구 제작을 하던 청년들이 창업했다. 나무의 질감을 손 안에서 느낄 수 있도록 나무 원목을 일일이 깎은 뒤 그 안에 동관을 삽입하고 펜촉을 심는다. 만년필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다.
제나일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기념 만년필을 여러 차례 납품해 온 인연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 등에게 이 업체 제품을 선물했다.
방탄소년단(BTS)도 지난 2021년 제76차 유엔총회에 문 전 대통령과 동행하기에 앞서 청와대에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을 받을 때 외교관 여권과 함께 제나일의 만년필을 선물로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9년 방한 당시 제나일의 만년필로 방명록에 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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