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둘러싼 불공정 협약 논란…"한미 협업 확대 기회"

기사등록 2025/08/21 15:55:00

한수원, 체코 수주 앞둔 1월 웨스팅하우스와 협약 체결

수출 때 웨스팅하우스에 9000억 구매…체코 사업 26조

"기술 자립 검증 받아라"…지재권 문제 확인하려는 것

대가 주고 수출 리스크 해소…미국과 협력 위해 불가피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WEC)와 체결한 협약을 두고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K-원전 수출 경쟁력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1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월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을 앞두고, 미 웨스팅하우스와 협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이 앞으로 50년 동안 원전을 수출할 때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하고,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원전 1기를 수주할 때마다 1조원 넘는 금액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불리한 조건임에도 수용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원전 사업 특성상 사업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수원이 수주에 성공한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경우 추산 사업비만 2기 기준 4000억 코루나(약 26조원)에 달한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6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2025.06.26. yulnetphoto@newsis.com

업계에서는 협의에 따른 비용 상당 부분이 물품 구매 계약이기에, 웨스팅하우스에 무상 제공하는 성격은 아니란 점에 주목한다. 어차피 구입해야 할 품목을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조달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1조원이 크다고 보이지만 모수가 26조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웨스팅하우스의 제품이 비싸긴 해도 품질은 좋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모든 차세대 원전을 독자적으로 수출할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협약에 담긴 것을 두고도 기술 종속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이 수출하는 SMR에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대형 원전과 같이 SMR에도 지식재산권 이슈가 제기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조항들이 향후 50년 동안 적용될 예정이라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원전 설계 수명이 60년(APR1400 기준)인데다가 계속 운전을 감안하면 과도한 기간은 아니란 시각도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원자력 사업은 1기 지으면 60년, 80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2025.08.19. kgb@newsis.com
이 같은 비판적인 시각과 달리 일부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리스크를 정리하고, 원전 수출 기회를 확보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전을 통해 K-원전의 해외 진출에 제동을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의로 향후 원전 수주 과정에서 있을 지 모를 대형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해석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주에 나서자,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 없이 수출을 진행했다며 한수원의 수출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미국 법원이 민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소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이후 한수원은 미국 에너지부에 직접 신고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신고 주체는 미국 법인이어야 한다'며 한수원의 신고를 반려했단 점이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결국 원전 수주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로 인해 5% 정도의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데 우리 원전 경쟁력엔 차이가 없다"며 "기술 자립 검증을 받으란 것은 지식재산권에 저촉되는지 보겠다는 건데 이 또한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사진=한수원 제공) 2024.08.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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