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노년의 경고음:우울증, 수면장애[노인이 건강한 도시 부산④]

기사등록 2025/08/18 09:23:14 최종수정 2025/08/18 09:48:25

나이가 들수록 더 우울하고 잠 못 이뤄

우울, 수면장애는 치매 가능성 높여

전무가들 규칙적인 생활, 가벼운 운동 등 권해

[부산=뉴시스] 백재현 기자 = 센텀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준호 과장이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노인우울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8.18. itbrian@newsis.com

부산은 지난 2021년 9월에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먼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추계에 따르면 그 비율은 오는 2035년 34.5%에, 2050년에는 43.6%에 각각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위해서는 ’노인의 행복‘이 갈수록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뉴시스는 ’노인이 건강한 도시 부산‘을 주제로 지역 어르신들이 많이 겪고 있는 질병과 그 치료법 및 지역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일상 속에서 노인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과 수면장애도 그 중 하나다. 우울증은 치매위험을 1.7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혈압, 비만, 흡연보다 우울증이 치매를 일으킬 위험이 더 높다.

질병관리청이 2023년 12월 발표한 '지역건강통계 한눈에 보기'에 따르면 부산시의 우울감 경험률(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2014년 5.8%에서 2022년 7.5%, 2023년 7.7%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전국 평균인 6.8%와 7.3%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 검사(PHQ-9)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선별도구 PHQ-9 지수가 40대 1.90, 50대 2.55, 60대 2.94로 각각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9월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1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인우울척도(SGDS)에서 부산은 3.0으로 대구(3.8), 서울(3.5), 세종(3.3)보다는 낮았지만 인천과 울산과는 같았고 광주(2.7), 대전(2.1)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2023년 12월 외래 진료를 시작한 센텀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방문 환자 중에서도 노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3%이던 65세 이상 환자의 비율이 올 7월에는 36%로 높아졌다.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7월의 65세 이상 내원 환자 수도 22%나 증가했다.

노인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수면장애다. 우리나라 노인 50%가량이 수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 유도 물질인 멜라토닌이 잘 생성되지 않아 수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게다가 노인은 생체 리듬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 기능이 감소해 오후 7~9시 사이에 일찍 잠이 들어 오전 3~5시 사이에 깨어나게 되는데 이는 해가 진 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시간대와 맞지 않아 숙면을 더욱 어렵게 한다.

지난해 부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부산 거주 만 19~69세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불면증 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불면 지수(AIS 지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불면증 측도(AIS)가 20대 1.84, 30대 2.40, 40대 2.48, 50대 3.32, 60대 3.62로 나이에 비례했다.

수면장애에는 수면과다증,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 등 다양하다.

노년기의 수면장애도 치매와의 연관성 때문에 더 주목해야 한다. 대한치매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49%나 높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치매 원인 질환이다.

부산시에는 16개 구·군에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스트레스 관리 등 마음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자살예방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전화로 예약하고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이 센터는 또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직접 방문해 상담을 해주고 병원과 연계해 맞춤 지원도 해주고 있다. 또 노인들을 대상으로 1차 정신건강검사를 무료로 해준다. 검사를 받은 사람 숫자가 2020년 1만4686명에서 2021년 1만8941명, 2022년 2만3545명, 2023년 3만5509명, 지난해 3만588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차 검사에서 정신건강이나 자살사고 경계선 노인으로 분류되면 '마음지팡이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총 10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화상요법, 인지행동치료, 심리사회 발달이론을 접목한 집단프로그램 등으로 무료로 제공된다. 부산시는 마음지팡이 프로그램을 2018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0만명 당 자살률은 연령대 별로 80대 이상이 59.4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70대(39명), 50대(32.5명) 순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에서 부산은 10만명 당 38.9명으로 8대 특광역시 중 6위를 차지했다. 대구(36.7명), 서울(35.4명)명 보다는 높았지만 나머지 시에 비해서는 낮았다.

센텀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준호 과장은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며, 적절한 운동을 해주면 뇌 기능이 안정돼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직장에서의 퇴직 등으로 사회적 연결이 끊겨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친목모임이나 종교활동, 취미활동 등을 통해 꾸준히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 신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정신건강 유지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과장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음 날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만 주무시고 너무 오래 누워 계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낮 시간에 햇빛을 쬐며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나 술을 줄이고 잠자기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를 오래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tbri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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