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만세"…물총·비눗방울로 재현한 광주 고려인마을의 '봉오동 전투'

기사등록 2025/08/15 16:13:22 최종수정 2025/08/15 16:36:24

홍범도 흉상 논란 종결…고려인 "안도의 한숨"

신조야 대표 "독립운동가 있어 우리가 존재"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80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이 일본군을 대파했던 항일 무장독립투쟁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2025.08.15. lhh@newsis.com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의 해방을 바랐던 동포들의 간절함이 한 세기를 넘어 후손들에 의해 재연됐다.

재외동포청과 광주 광산구는 15일 오전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며 자주독립 정신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를 열렸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2025 역사를 이어가는 고려인마을'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시민, 학생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 참여자들은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물리친 봉오동 전투를 재현했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참여자들은 파란색·붉은색 우비를 입고 양 손에는 총과 칼을 대신해 물총과 손 태극기, 태극 문양 우산 등을 들고 나아갔다.

당시 일본군 역할을 맡은 배우와 마주치자 물총을 쏘고 비눗방울을 날리며 '대한 독립 만세', '물럿거라' 등을 외치면서 100여년 전 항일운동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렸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80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있는 다모아어린이공원에서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2025.08.15. lhh@newsis.com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이 설치된 다모아어린이 공원에 모여 태극기를 연신 흔들며 만세 삼창을 외쳤다.

광복을 기원하며 콩주머니를 던져 터뜨린 박에선 '불멸의 영웅 홍범도', '대한 독립 만세'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기념 음악회에선 홍범도 장군과 태극 문양, 광복 80주년을 상징하는 드로잉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과 청소년오케스트라도 독립운동과 민족정신을 기리는 노래, 메들리와 독립군가, 환희의 송가 등도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고등학생 오창효(19·여) 양은 "이런 행사를 처음 참여하게 됐다. 광복 80주년이라는 것이 가슴속에 와 닿고, 봉오동 전투를 재현해 보니 당시 긴박하고 치열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무서움을 이겨내고 해방을 위해 힘 써주신 독립운동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래인 강지완 양도 "독립운동 당시 상황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짜릿했다. 봉오동 전투와 홍범도 장군을 깊게 알아갈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80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이 일본군을 대파했던 항일 무장독립투쟁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2025.08.15. lhh@newsis.com
올해는 3년여 만에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공식화를 철회한 해로, 고려인 마을에는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됐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지난달 홍범도 장군의 잘못된 역사 왜곡이 바로잡혔다. 소식을 들은 고려인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로, 소련 극동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정부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쫓겨가게 됐다. 이 시기에 고려인 동포들도 함께 강제 이주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독립운동가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도 대한민국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고려인은 뜻 깊은 행사에 쭉 함께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가 열린 고려인마을에는 러시아 연해주, 북간도 등지에서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인 고려인 7000명 모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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