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거주라더니"…오락가락 전세사기 대책에 '분통'

기사등록 2025/08/12 15:54:31 최종수정 2025/08/12 16:18:24

공공임대주택 최장 10년 임대차 계약

입주했는데 "셀프낙찰은 대상 아니다"

국토부·LH "내용 검토 중…확정된 건 아냐"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올해 서울과 경기지역 빌라(연립·다세대) 임대 시장의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여파에 빌라 시장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 중이기 때문이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전월세 12만7111건의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는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에 달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빌라 밀집지역 모습. 2024.12.16. yes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지원을 위해 정부가 최장 10년 동안 제공하겠다던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 "셀프낙찰 피해자는 (입주)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침을 바꾸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입주했거나 계약을 마치고 입주를 앞둔 피해자들은 오락가락 행정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LH,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인 A(50)씨는 지난 6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우선 지원'으로 수원시 권선구의 한 빌라에 입주했다.

A씨가 체결한 '전세사기 피해자 매입임대 우선공급을 위한 임대차계약서 특약'에는 임대차 기간이 '10년(2년 단위로 갱신계약)'으로 명시돼 있다.

같은 빌라에서 거주하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B(34)씨 역시 같은 정책으로 지원을 받아 계약을 마치고,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최근 다른 피해자로부터 이른바 '셀프낙찰'을 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긴급 주거지원'으로 2년만 거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공공임대주택 우선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당황한 A씨의 문의에 LH는 "국토교통부에서 셀프낙찰 피해자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A씨가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10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이미 이사를 했는데, 지금 와서 바뀐 지침이 적용된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였다.

이들은 2023년 6월 특별법 제정으로 우선매수권,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전세사기 관련 대책이 시행되기 전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

당장 쫓겨날 처지가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거주하던 빌라를 경매로 낙찰 받았고,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에 낙찰대금까지 수억원의 빚더미에 앉은 상태다. 후순위 권리자인 탓에 변제 금액이 소액에 그쳐 결국 빚만 늘어났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피해 주택을 부동산에 내놨지만, 매매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지원은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갑자기 '지원 불가' 방침이 내려오면서 혼란에 빠졌다.

A씨는 "2년만 살아야 할 상황이었으면 굳이 피해 주택을 월세로 내놓고 나오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금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빌라 낙찰 대출까지 어려움이 크다. 빌라라서 매매가 어려운 탓에 월세라도 내놓고 입주한 것인데 갑자기 말을 바꾸면 어쩌자는 건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LH는 당초 해당 정책 취지상 '셀프낙찰'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 A씨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이 지원된 이유를 파악 중이며, '지원 불가'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경·공매를 통해 본인이 피해주택을 낙찰 받은 경우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규정상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주택에 본인이 살게 되면 주거 안정이 확보된 것으로 보는 것"이라며 "개인의 모든 구체적 상황을 일일이 상정하긴 어렵다. 해당 피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 부분을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담당자 실수인지, 어떤 법령에 의해 계약을 한 건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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