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회담도 튀르키예?…'푸틴 체포' ICC 참여국선 어려워

기사등록 2025/08/07 11:00:03

가디언 "푸틴 체포될 가능성 고려해야"

포츠담·얄타 등 과거 장소 대부분 제외

'튀르키예·사우디' 정도…헝가리 언급도

【헬싱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면서 개최 장소와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018년 7월16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2025.08.07.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면서 개최 장소와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마지막 정상회담을 연 지 6년 만에 마주앉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을) 어디서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오늘 푸틴 대통령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매우 곧'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회담 성사에 대비해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후보로 꼽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기소돼 125개국에서 체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회담을 열 중립적 장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3월 전쟁범죄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기 때문에, ICC 관할권의 토대인 '로마규정'에 참여한 125개국은 방문이 어렵다는 것이다. 로마규정 참여국은 자국 내에서 영장 대상자를 체포해 ICC로 이첩할 의무를 진다.

이에 따라 2018년 정상회담 개최지인 핀란드를 비롯해 양국간(미-소 포함) 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프랑스, 스페인, 영국, 몰타 등이 모두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1945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났던 독일(포츠담)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로마규정 참여국 외에도, 최근 외교관계를 고려하면 과거 정상회담 개최지 중 상당수가 제외된다.

194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스탈린 서기장이 만난 테헤란은 미국이 최근 핵시설을 폭격한 이란이고, 1945년 양 정상이 다시 만난 얄타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의 도시다.

결국 양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는 로마규정 참여국이 아니면서 미·러 양측과 별다른 마찰이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정도로 좁혀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월 열린 양국간 고위급 회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렸으며, 트럼프 대통령 직접 참석 가능성이 있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과 모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상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한다.

헝가리는 아직 로마규정 참여국이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지난 4월 자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체포하지 않고 돌려보낸 뒤 ICC 탈퇴를 선언한 상태다.

한편 정상회담 개최 시점은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독일 정상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이르면 내주' 푸틴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의제 조율 및 장소 선정에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외신은 짚었다. CNN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내주 회담 개최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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