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의회 작심비판…경찰서 앞 진보당 현수막 '어디로'

기사등록 2025/08/06 10:07:18

지난 1일 내건 후 4일 오전 사라진 사실 확인돼

진보당 영광지역위, 표현의 자유 침해 수사촉구

[영광=뉴시스] 전남 영광군의회 일감 몰아주기 비리 의혹을 작심 비판하며 수사를 촉구한 진보당 현수막이 폐쇄회로(CC)TV가 지켜보는 영광경찰서 앞에서 사라졌다. (사진=진보당 영광지역위원회 제공) 2025.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영광=뉴시스]이창우 기자 = 전남 영광군의회 일감 몰아주기 비리 의혹을 작심 비판하며 수사를 촉구한 정당 현수막이 폐쇄회로(CC)TV가 지켜보는 영광경찰서 앞에서 사라졌다.

6일 진보당 영광지역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현수막은 진보당 영광지역위가 지난 1일 내걸었으나 나흘만인 4일 오전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

진보당 영광지역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명백한 행위라며 영광경찰서에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석하 진보당 영광지역위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수막이 사라졌습니다. 누가, 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 1일)영광경찰서 앞에 게시한 현수막 1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실종된 현수막에는 '영광군의회 일감 몰아주기 비리 먹튀를 잡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영광읍 단주리 사거리에 내건 '수사 촉구' 현수막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사라진 현수막은 군의회 일감 몰아주기 비리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영광읍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행정에서 철거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누군가 무단으로 손을 댔다는 것인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이 사건은 경찰이 직접 밝혀야 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비판 현수막 실종 사건은 최근 불거진 영광군의회 의원 재량사업비 문제와 맞물려 있다.

앞서 영광군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영광군과 군의회는 의원 재량사업비 폐지로 예산 편성의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집행부의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지방의회가 유사하게 행사하는 것은 권한 침해이고 헌법과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의원사업비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전국 최다 9선 경력의 강필구 군의원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나 곧바로 이를 번복해 지역민들 사이에서 '사퇴 쇼'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일부 군의원들이 특정 업체에 과도하게 반복해서 일감을 몰아준 것은 '정경 유착 행위'로 밖에 볼 수 없고 이 과정에서 비리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이 때문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영광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수사 착수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진성서 접수가 확인되면 검토 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은 정당법·옥외광고물 관리법 등에 따라 정당 활동을 위해 설치하는 홍보 수단으로 이를 훼손하면 재물손괴 등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달 '쪽지 예산'으로 불리는 의원 재량사업비 논란이 불거진 영광군의회는 전체 8명 의원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c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