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유튜브에 영상이 떴다하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는 화제의 지휘자. '춤추는 지휘자' 백윤학(50).

서울페스타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백윤학은 클래식 무대위 '시선 강탈자'다. '알라딘 OST 메들리' 지휘 쇼츠는 조회수 197만회, 오펜바흐 '천국과 지옥' 중 '캉캉' 지휘 쇼츠는 조회수 330만회라는 기록이 방증이다. '지휘자가 흥이 많으면 생기는 일', '잔망 댄스 신동', '요즘엔 지니가 지휘도 하네' 등의 쇼츠 제목은 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실감케 한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시스와 만난 그는 정작 "주목을 끌려고 춤을 추는게 아니다"라고 했다. 무대 위에서 춤사위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날 백 지휘자는 사뭇 진중하고 차분했다.

"음악에 심취하다 보니까 더 뚜렷하게 전해야 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작곡에서 대위법이 있는데, (작품의) 기승전결에서 긴장감을 쌓거나 해소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를 보여주는 겁니다. 세계적 지휘자 카라얀, 번스타인이 큰 동작으로 지휘하지 않나요? 그들처럼 제 방식이 그렇게 독특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주목받는 데는 독특한 이력도 한몫했다.

그는 서울과학고에 입학해 전국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94학번으로 입학한, 말하자면 '수학 영재'다. 음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학부를 졸업하고 음악대학 작곡과 지휘 전공으로 편입, 돌연 '클래식계'로 뛰어들었다. 음대 졸업 후엔 미국 커티스음악원에서 관현악 지휘를, 템플대학교 음대에서 오페라 코칭을 수학했다. 음악을 '업(業)'으로 하고 싶었던 그가 이제는 그 꿈을 이뤄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현재 영남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무엇이 수학영재였던 그를 음악으로 이끌었을까. 그는 서울과학고 합창 동아리를 보고 음악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합창동아리 무대를 봤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나중에 대학교 가면 꼭 (합창동아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대학에 입학해 '서울대 혼성합창단'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음대 수업을 들었는데, 공대 필수과목 외에는 음대 수업을 들었던 것 같아요."

그가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건 대학교 3학년. 제15회 서울대 혼성합창단 정기연주회 '세계의 합창 Faure의 Requiem' 무대에 올라 서울대 혼성합창단 '첫 공대생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백 지휘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악단은 음대생들을 모은 연합오케스트라였고, 아마추어라서 포레의 전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며 "아마추어 데뷔 무대지만, 가장 의미가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한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며 "단원들이 일지를 적었는데 그때 적은 말들이 무척 기억 남는다"고 말했다.

전국구 수학 수재였던 그가 음악으로 진로를 틀었을때 부모님의 반대는 막대했다. 여동생마저 '부모님은 생각 안하냐'며 말렸다. 여동생의 말이 오래토록 마음 속에 남아 첫 지휘를 하고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 지휘자는 음악에 대한 열망이 대학시절 느닷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피아노를 7살 때부터 배웠어요. 같은 아파트 옆집 선생님이 제 첫 선생님이었어요. 또 중1때부터 고3때까지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사촌 누나에게서 피아노 레슨을 받았어요."

그의 음악적 자양분은 연주회였다. 친구 어머니 지인인 정명화 지휘자의 공연 '정트리오 음악회'와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의 내한 공연 등 세계적인 공연은 챙겨봤다. 대학시절 동안 본 공연 팸플릿을 아직도 보관 중이라고 한다.

그는 전설의 피아니스트 리히터의 공연을 떠올리며 "굉장히 쇼킹했다. 피아노에만 조명이 비추고 연주를 하는데 마치 영화 '나니아 연대기'처럼 옷장에 들어가듯 음악과 하나되는, (아직도) 음향과 조명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연주회에 대한 기억은 음대 편입 시험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첫 전문 합창단 무대를 앞두고 있다. 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합창단과의 무대다. 30년전 대학 시절 학교합창단 지휘 이후 합창에 들어간 곡을 지휘한 적은 있지만 합창단 단독 지휘는 처음이다.

서울시합창단이 단원들의 토의 끝에 백 지휘자를 선택했고, 섭외가 들어와 이번 무대가 성사됐다. 

그는 이에 대해 "연주 때마다 여러 지휘자를 만났을 텐데 합창지휘자가 아닌 저한테 연락을 준 것은 엄청난 영광"이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시작해 비제, 베르디, 푸치니 등 다양한 오페라 명곡으로 구성됐다.

백 지휘자는 "'대관식 미사'는 대학교 때 마르고 닳도록 불렀던 노래"라며 "베이스로 무대에 서고, 가사도 외워 부르고 있다"고 했다.

합창단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 차이를 묻자 "(단원들의) 눈을 보고, 그들도 나를 보면서 (노래를) 하기 때문에 되게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지휘자로서의 목표는 바그너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추상적인 음악을 철학화한 인물이기 때문이란다.

"원래 음악을 안 했던 데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책방음악회나 하우스콘서트를 개최해 성악가와 합을 맞추고 지휘하고 싶어요.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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