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사투 벌인 소방관들 땀과 그을음 범벅
인근 주민, 잇단 폭발음에 놀란 가슴 쓸어내려
협력업체 직원들 '혹시 일거리 끊길까' 걱정도
29일 오전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일반산업단지 HD현대삼호 변전소 화재 현장. 용이 입에서 불을 내뿜듯 변전소 출입구에서는 뿌연 연기가 쉴 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연기로 뒤덮인 화재 현장 일대에서는 매캐한 냄새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 수십여명의 소방관들은 변전소 내부를 오가며 무더운 날씨, 뜨거운 열기와 불에 맞서 12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소방관들의 얼굴과 방염복은 땀과 숯검댕이로 범벅이 됐다.
전쟁터 같은 화재 현장을 바라보던 현대삼호 협력업체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불길이 조선소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아수라장 같은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했다.
협력업체 직원 A씨는 "한밤 중 수차례 폭발음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곧이어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 나와봤다"며 "어두운 밤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소방차의 붉은 경광등 빛만 보였다. 재난 영화에서나 볼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숨을 내쉬면서 당장 먹고 살아갈 일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협력업체 직원 B씨는 "변전소가 완전히 다 타버렸다고 한다. 2주 안에 복구를 한다고 말하던데 상식적으로 그 기간 복구가 가능할까 싶다"며 "그 기간 화재 원인 조사도 어렵지 않겠는가. 전력이 끊겨 조선소가 멈추면 우리 같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당장 일거리가 끊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 C씨는 "불이 변전소 옆에 붙어 있는 다른 전기 시설로 옮겨 붙을까 밤새 조마조마했다. 아직도 가슴이 쿵쿵 뛰고 코 속에서 연기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며 "여기는 조선소 때문에 다 먹고 산다. 부디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8일 오후 11시21분께 HD현대삼호 1호사 변전소 지하 공동구에서 불이 나 12시간만인 이날 오전 11시24분께 모두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메인 변전기가 불에 타 조선소 내 전력 공급이 끊긴 상태다. 현대삼호 측은 "2주 안에 변전소를 복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복구에 최소 한달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조업 차질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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