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인이래"…인천 총기 살해에 '음모론' 난무

기사등록 2025/07/24 15:30:26 최종수정 2025/07/24 21:04:24

매 사건·사고마다 온라인 상에서 음모론 퍼져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규제 강화 목소리

중국인 혐오 동반…"정치적 주장 관철에 이용"

"꾸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필요"

[그래픽=뉴시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인천 송도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또 한 번 각종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 사실 확인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퍼지는 음모론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가 확산하거나 유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음모론이 정치적 세 결집에 이용되고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송도 총기 사건의 피의자 국적이 중국인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여럿 게시돼 있다. 일부 누리꾼은 "중국인을 한국 사회에서 제발 몰아내자" "중국이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나라" 등의 댓글로 동조했다. 다른 누리꾼들이 "사실 확인이 된 것이냐" "출처를 밝히라"고 하자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냐. 왜 중국인을 감싸냐"라는 댓글로 응수했다.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해당 사건의 피의자가 외국인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 "중국인에 대한 내 편견이 맞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송도 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가족관계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을 하는 글들도 적지 않다.

수사당국이 직접 피의자가 한국인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음모론은 사실 확인 절차 없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SNS로, 혹은 유튜브 영상에서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로 자체 확산하면서 이른바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되는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음모론의 확산은 매 사건·사고마다 반복돼 왔다. 주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동반하고, 더 나아가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퍼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동반한 것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 회장(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은 "정치적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집단에서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혐오의 대상을 자신들이 기존에 증오와 혐오의 대상으로 삼았던 집단과 동일시하려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더 증가하면서 정치적 영역에서의 음모론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치적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국민들의 증오와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위사실 유포는 사건의 본질을 가릴 우려도 있다. 또 이를 여과 없이 접하게 되는 유족에게는 2차 가해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 이를 규제할 수 없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 특히 주로 음모론이 양산되고 유통되는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는 규제 방안도 마땅치 않다.

최 회장은 "대형 포털 사이트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는 자율규제와 동떨어져 있고, 유튜브의 경우 국내법의 영향이 미치지 못할 뿐더러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음모론 양산이 정치적 세력 결집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꾸준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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