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KMI 단장 "북극항로, 단순한 뱃길 아닌 국가성장동력"[인터뷰]

기사등록 2025/07/22 09:30:04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북극항로지원단장 인터뷰

"뛰어난 기술력의 한국, 어느 나라보다 잠재력 높아"

"국가 주도 톱다운, 산·학·연·지자체 바텀업 연계돼야"

"지역별 항만 거점 기능 강화해 시너지 효과"

[부산=뉴시스] 1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만난 김민수 북극항로지원단장이 북극항로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2025.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며 더 주목받는 '북극항로'.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북극항로 개척 사업을 내놓으며 관련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시기상조라지만, 전문가의 시각은 달랐다. 지난 1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만난 김민수 북극항로지원단장은 새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국가 경쟁력을 모으는 하나의 모멘텀"이라고 표현했다.

김 단장은 "북극항로는 출발 신호가 들렸다고 해서 바로 뛰어나갈 수 있는 사업과는 다르다"며 "예열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현 정부가 이를 주도하겠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좋은 관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해 지역별 항만 거점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발생케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항만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닌 전체 항만이 하나의 주인이 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북극항로의 경유지인 부산항뿐만 아니라 여수·광양은 원유, 포항은 친환경 연료와 포철 등의 원자재, 인천은 과학기술 등 각 항만에 기능을 부여하고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로써 시너지가 유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 등 타국에 비해 한국이 북극항로 대비에 늦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선수를 뺏겼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며 "친환경 에너지와 배 건조에 있어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

-새로운 해양 실크로드인 북극항로를 소개한다면.

"북극항로는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중앙항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북동항로가 대표적인 북극항로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상업적 활용 가능성도 가장 높은 항로로 꼽힌다. 북극항로는 물류 효율성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공급망 관점에서의 전략적 가치도 상당하다. 최근 홍해 사태처럼 전 세계 해상 물류망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출입의 99.7%를 해상에 의존하는 한국에 북극항로는 대체 가능한 새로운 글로벌 해상 공급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언급된 지정학적 리스크, 이에 대한 의견은.

"과거에 비해 북극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로 인해 개척을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그간 독점적으로 통항하던 북극항로에 대해 미국이 관련 법을 만들며 진출할 것을 선언했고 그로 인해 전 세계가 북극항로에 대한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됐다. 외교적 변수가 우리나라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각 관련 국가와 균형을 유지하는 유연한 외교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국가 간 선점 싸움에서 한국이 이미 우위를 놓친 것은 아닌가.

"지금 기준으로는 타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는 데 일부분 동의한다. 일례로 중국은 이미 2018년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을 북극과 연계한 '빙상 실크로드'를 국가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는 자금력이 있는 중국과 손을 잡고 북극항로를 활용하고 있으나 러-우 전쟁이 끝나고 나면 러시아가 우리나라와 협력 관계를 꾸릴 것으로 본다. 중국은 러시아에 잠재적 위협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진 기술력, 북극권 국가에서 한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분명한 잠재력이 있다. 특히 한국은 러시아와 과거 신북방정책을 통해 협력 기반을 다져왔기에 추후 협력 가능성이 높다."

-한국, 북극항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최근 북극권 국가의 한 대사는 사석에서 '북극항로는 열릴 수밖에 없으며, 관건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개발은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친환경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친환경 선박 기준과 기술 표준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선박이 북극해 운항에 가장 적합한 국제 표준 선박으로 인정받는다면, 조선·해운 분야에서 북극항로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북극을 연결하고 미래 해양산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해양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한국의 전략적 목표가 돼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필요한 움직임이 있다면.

"과거에는 시범 운항만 있었을 뿐, 상업적 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실질적 추진력이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북극항로를 국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며 국내에서도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 부처, 해양 관련 기관 등에서 전담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과 산·학·연·지자체 기반의 바텀업(bottom-up) 추진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할 것이다."

-KMI, 신설한 북극항로지원단으로 어떤 활동을 전개할 것인가.

"KMI는 2008년부터 북극과 북극항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왔으며 2013년 우리나라가 북극이사회 옵서버로 가입한 뒤 정부의 북극 정책 수립을 전담 지원해 온 대표 국책연구기관이다. 그간의 활동을 발판으로 삼아 지원단의 첫째 활동은 새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 수립 지원이 될 것이다. 또 산업과 지역의 북극항로 진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협력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극항로 관련 정책 이행과 국민의 이해 제고를 위한 여러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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