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서 선발로 나와 76분 소화…빛바랜 데뷔전
기성용 교체되고, 포항 두 골 더 내주며 2-3 역전패
"앞으로 내 할 일은 포항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
기성용은 19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한 뒤 후반 31분 한현서와 교체되기 전까지 7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포항은 2-1로 앞서던 상황 기성용의 교체 아웃 이후 내리 2실점을 허용하며 전북에 아쉬운 2-3 역전패를 당했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휴식기를 마친 K리그1이 22라운드부터 재개된 가운데 박태하 포항 감독이 기성용을 선발 출격시켜 전북을 상대했다.
지난 3일 기성용은 자신이 프로로 데뷔했던 서울을 떠나 포항에 입단했다.
기성용은 4월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8라운드 홈 경기 도중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뒤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3개월이 넘도록 재활과 회복에 힘썼고, 포항으로 이적한 뒤 동아시안컵 휴식기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데뷔전을 준비했다.
"몸 상태만 괜찮으면 투입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던 박 감독이 기성용을 선발로 내보내면서 데뷔전이 성사됐다.
전반 2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흘러나온 볼을 과감하게 슈팅했으나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전반 8분 예리한 오른발 코너킥으로 이동희의 결정적인 헤더를 유도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날카로운 킥을 구사하는 기성용에게 세트피스를 맡겨 전북 골문을 두드렸다.
기성용은 자신을 열렬하게 반기는 포항 팬들과 적극 교감했다.
그는 코너킥에 앞서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포항 팬들은 2-0으로 전반을 마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기성용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경기 막바지 팀의 통한의 연속 실점으로 데뷔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결과는 아쉽게 끝났지만 이날 기성용이 보여준 경기력은 포항 팬들의 기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기성용은 오는 22일 수원FC와의 K리그1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다시 승리에 도전한다.
기성용은 과거 2006년 서울에서 데뷔한 뒤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를 거치며 유럽 무대를 누볐다.
이 시기 기성용은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대체 불가 자원으로 맹활약했고, 한국 축구 '전설' 박지성의 뒤를 이어 주장 완장까지 맡았다.
그는 A매치 통산 110경기(10득점)를 뛰며 월드컵(2010 남아공·2014 브라질·2018 러시아)과 아시안컵(2011 카타르·2015 호주·2019 아랍에미리트)을 각각 세 차례 경험했다.
기성용은 2020년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친정 서울에 전격 복귀했다.
서울 소속으로 K리그 통산 198경기(14골 19도움)를 뛰던 기성용은 지난봄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설상가상 김기동 서울 감독으로부터 향후 팀의 계획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들었다.
결국 기성용은 이적을 결심했고, 가장 먼저 연락을 보낸 박 감독의 부름을 받아 포항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기자회견 당시 기성용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보답하고 포항이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큰 목표"라고 언급했다.
프로 데뷔 당시 등번호 40번을 다시 선택한 것에서도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전북전을 통해 데뷔한 기성용은 남은 시즌 자신을 믿어준 포항에서 '라스트 댄스'를 펼친다.
이어 "특히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 우리가 조금 쉽게 실점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다음 주 화요일에 또 경기가 있으니 긍정적인 부분들을 잘 모아서 다음에는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할 잘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감독은 아쉬운 패배에도 기성용만큼은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우리 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경기력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합격점을 부여했다.
적장 거스 포옛 전북 감독 역시 "전반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피지컬적인 면에서 떨어져 후반전 교체를 한 것 같지만, 뛸 때는 늘 그랬듯 경기를 지배했다"고 고평가했다.
기성용은 "3개월 만에 뛰는 거라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후반전에 쥐가 났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몸이 더 좋아지고 오베르단이 (퇴장에서 돌아오면)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같이 뛰었던 (김) 동진이 같은 경우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미드필드에서의 운영이 한층 더 편해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체력적인 부분보단 3개월 동안 안 뛰어서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마음만큼은 더 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며 "전반전에 좋았던 분위기를 잘 살려서 다음 홈 경기 때는 팬들에게 승리를 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오히려 경기장에 도착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많은 관중들을 보니 내가 여기서 이렇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다"는 기성용은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이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오늘 이겼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패배하면서 내가 더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포항으로 이적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진 점은 다소 아쉽다.
기성용은 "아내는 좋아하더라"라고 농담한 뒤 "당연히 떨어져 있다 보니까 매일 볼 때보다는 더 애틋한 것 같다. 딸도 처음에는 서울을 떠나는 것에 많이 힘들어했다. 왜 아빠가 가야 되는지 많이 아쉬워했다. 내가 올라가기도 하고 가족들이 내려오기도 한다. 다가오는 화요일에는 가족들이 내려와서 경기를 볼 것이다. 또 떨어져 있는 만큼 뭔가의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경기 출전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지에 대해선 "원래는 조금 더 일찍 (교체를) 감독님께서 생각하셨는데, 분위기상 조금 더 뛰었던 것 같다. 근데 쥐가 나다 보니까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조금 더 많이 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성용은 "포항스틸야드가 어색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여기 분위기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하는 데 있어 잔디 상태가 너무 좋았다. 뭔가 되게 오랫동안 뛰어왔던 경기장 같은 느낌이었다"며 새 홈구장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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