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요원도 없이…한강 수영장 안전관리 사각지대

기사등록 2025/07/19 07:00:00 최종수정 2025/07/19 07:58:24

20개월 유아 사망 계기로 실태 점검 목소리

서울시 "운영 책임은 위탁사 몫"

전문가 "위탁·지자체 안전 책임 구체화 필요" 지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를 보인 23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 수영장을 찾은 외국인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5.06.2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이채은 인턴기자 = 여름철 더위를 피해 시민들이 몰리는 한강 수영장에서 20개월 유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영장 중 일부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안전요원 배치도 최근에서야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 수영장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20개월 된 외국인 유아가 물에 빠져 숨졌다. 현장에서는 즉각 심폐소생술이 시행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수영장은 야간 운영을 앞두고 물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이 시간대에는 이용객이 없어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이에 따라 안전요원도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수영장 내에는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현재 수영장 운영 상황과 안전관리 실태 전반을 수사하고 있으며 서울시와 위탁 운영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고 이후 기자가 찾은 해당 수영장의 풀장 주변에는 요원들이 상시 대기 중이었다.

사고 전에는 물 정화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대에 이용객이 없다는 이유로 요원들이 파라솔 그늘 아래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고 이후에는 해당 시간대에도 수조 옆 감시 의자에 요원을 배치하도록 운영 방침이 바뀌었다.

현장에 있던 한 안전요원은 "사고 이후 사람이 물에 없어도 반드시 풀장 옆 높은 의자에 앉아 감시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영장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한강 수영장 대부분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광나루·잠실 등 재조성 시설은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안전요원 관리 등 수영장 운영 책임이 위탁업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영 주체는 위탁사"라며 "서울시는 체육시설 설치·운영 기준에 따라 사용 허가를 내주는 소유권자"라고 말했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5조 제4항은 수영장에 남녀 각 1명을 포함해 최소 2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휴식시간 중에도 요원을 계속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현행 규정만으로는 수영장 운영 중 특정 시간대의 공백을 문제 삼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한강공원 수영장 이용객은 31만1370명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올해도 폭염과 열대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세 자녀를 둔 서모(35·여)씨는 "한강 수영장은 안전 표지판은 많지 않고, 있어도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았다"라며 "수심이 깊은 구역에 사람이 많이 몰리니 요원도 더 많이 배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강 수영장과 같은 공공체육시설의 안전관리 공백을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수영장이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적 의무 여부와 관계없이, CCTV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기본적 관리체계로 작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도 "수영장 운영을 민간에 위탁했다면 계약서에 안전요원 배치 기준, 근무 시간, 감시 책임 등이 명확히 명시돼 있어야 한다"며 "만약 그런 조항이 없다면 서울시도 부실 계약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공공수영장의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위탁사와 지자체 간의 안전관리 책임을 계약 단계에서 구체화해야 한다"라며 "휴식시간까지 감시 공백이 없도록 하는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인 김춘곤 국민의힘 의원은 "한강 수영장은 여름철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공간으로 기본적인 안전수칙 안내와 수영장 내 위험요소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특히 외국인 이용자들이 언어 장벽으로 인해 주의사항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국어 안내판 설치와 수영장 내 다국어 안내 방송 등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울시와 운영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형사전문 변호사는 "안전요원은 보호자가 아니며 부모가 현장 돌봄을 소홀히 한 경우 모든 책임을 시설 측에 전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부모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반복되는 사고를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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