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 도우미 '이중 난제'…구하기 어렵고 처우는 나쁘고

기사등록 2025/07/20 08:39:03 최종수정 2025/07/20 08:44:26

돌봄 시장, 늘어나는 수요와 줄어드는 공급

외국인 가사도우미 저임금 등 처우 나빠

"돌봄 노동이 괜찮은 일자리로 인식돼야"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2024.08.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세 아이를 키운 공무원 A씨는 누군가 애를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조선족 가사도우미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며 "가사관리사와 같은 제도가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회상했다.

#필리핀에서 온 에네는 가사관리사로 지난 8월 한국에 입국했다. 초창기 임금체불과 함께 계절에 따른 날씨 변화, 위생용품 등을 구매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컸다. 이제 임금을 받지만 일하는 데 필요한 주거비와 통신비 등 지출은 여전히 많다. 결국 돈을 벌러 왔지만, 필리핀에 있는 남편에게 한 달에 30~40만원씩 송금을 받고 있다.

저출산 해결 방안으로 도입된 외국인 가사 도우미제도가 사용자와 고용인이 모두 불만인 상황이다. 사용자는 외국인들이 일반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어 안정적인 인력 공급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제도는 ‘맞벌이 가정의 양육 부담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처우 개선 등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시범 사업으로 지난해 8월 100명의 필리핀 여성이 입국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돌봄과 가정을 유지관리 하는 간접돌봄을 모두 수행하지만,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반면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내국인 가사근로자의 경우 평균 이용 요금이 시간당 1만5000원~1만9000원으로 다양하다. 업무 형태, 피 돌봄 아동 나이, 피 돌봄자 수, 집의 면적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받아서다.

이주가사돌봄연대에 따르면 가사관리사들의 공제 후 실수령액은 120만원 정도다. 이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많게는 500만원을 쓰며 빚을 진 경우도 있어서 이 비용을 벌기까진 쉽게 돌아가기도 힘들다.

◆인력 부족에 '값싼 대안' 찾는 한국
국내 가사 도우미 공급은 주는데 수요는 늘면서 우리 사회는 저렴한 외국 인력을 대안으로 찾았다. 필수노동인 돌봄이 저임금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맡겨 진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는 2014년 22만6000명에서 2023년 10만5000명으로 줄었다. 또한 92.3%가 50대 이상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돌봄서비스는 대기자가 많아 평균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7월 19일 전문가 토론회에서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시범 사업은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당시 기조 발표를 맡은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가정 30대 여성 중위소득이 32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월 100만원 수준이 돼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관련 세미나를 열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임금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서 오 시장이 주장했던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 비준국으로,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정부가 원활한 돌봄인력 공급을 위해 외국인에 대해서도 가사돌봄업종 취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9월부터 서울 지역에 100명 규모로 도입될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고, 성과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규모를 1200명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돌봄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용자가 신청하는 호출노동 특성상 돌봄노동자는 소득 불안정성이 크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해서 발표하는 노임단가도 없다. 또한 후지급제로서 서비스를 직전에 취소해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로서는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다수는 근로계약을 하지 않아 실업급여 제도나 고용·산재에 대한 사회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에서 가사근로자법에 해당하는 종사자로서 가사·육아 도우미와 돌봄서비스 종사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산된다. 비공식 영역을 포함하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돌봄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ILO는 지난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12차 총회를 열고 '괜찮은 일자리와 돌봄 경제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돌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며 "정부는 돌봄을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규제하며, 돌봄 인력과 수혜자가 고품질의 안전하고 건강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을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돌봄 저평가는 모두에게 좋지 않아"
전문가들은 저임금 등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대한 열악한 근로 환경은 결국 이용자인 내국인에게도 좋지 않다며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이 왜 값싸게 매겨져야 하는가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돌봄의 외주화와 이주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일자리 질이 하락하는 방식의 외주화·이주화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일자리가 지속 가능하다"며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점점 많이 늘어나는 시대에 좋은 일자리가 돼야 좋은 돌봄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돌봄은 초고령 사회에 수요도 공급도 늘어나는 중요한 일자리이자 사회 복지 정책"이라며 "돌봄 저평가는 정부, 노동자, 이용자 등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결제나 실업급여 연장 등 가사노동자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o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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