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겨냥한 2차 제재 경고…실행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 "금융 제재가 현실적 대안"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을 정조준한 가운데, 이 같은 제재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기름값만 폭등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러시아가 50일 내 평화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러시아 및 러시아와 연관된 제3국에 대한 '세컨더리(2차) 제재'를 위협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를 직접 제재하기보다, 원유를 구매하는 나라들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맷 휘태커 백악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는 "인도와 중국 같은 나라들이 주요 대상이고,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현지 시간) CNN은 이 같은 2차 제재 조치로,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를 대체할 다른 원유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하루 7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중국은 약 20%, 인도는 약 36%의 원유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터키,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도 여전히 일정 부분 러시아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원유 판매로 약 1920억 달러(약 267조 264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를 차단하면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국제 유가 시장은 가격 급등으로 충격에 빠질 우려가 있다.
CNN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매우 강력하고 거친 도구"라며 "이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압박할 수 있지만 세계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 차단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고, 제재 방식도 불확실해 국제 유가 시장은 트럼프의 위협에도 아직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U 싱크탱크인 브뤼겔 소속 분석가 벤 맥윌리엄스는 "이는 에너지 측면에서 동맹국들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면서도 "집행 의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석유 시장 분석가 무위 쉬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일부 여유 생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하루 340만 배럴을 단기간에 채우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제재 조치가 실제 시행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준비에도 일정 기간이 필요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시점을 유예하거나 관세 외 다른 대안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처드 브론즈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애널리스트는 "2차 관세는 너무 파괴적이라 실제 적용 가능성이 낮고, 전통적인 금융 제재가 더 현실적"이라며 "트럼프가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셰퍼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러한 관세 위협은 상징적인 것일 수 있다"며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 자체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2차 제재 조치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강요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고, 인도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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