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명의 계좌 사용시 금융실명법 위반 여부 쟁점
대법 "법인 명의를 수단으로 금융거래한 것…위법"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법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금용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 4명은 인터넷 도박·투자사기 조직 등에게 상품권 매매업체인 것처럼 가장해 설립된 허위의 법인 명의의 계좌를 제공하고, 범죄수익금 약 14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재판에선 범죄 목적으로 법인 계좌를 이용해 금융 거래를 한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금융실명법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2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법인 명의 계좌 이용 시점에 법인의 대표이사로 있었고, 법인의 특성상 기간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어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법인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 형식적으로 '타인' 명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인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한 금융거래에 따른 이익은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에 따른 수수료 취득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그 이익은 이 사건 각 법인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를 한 피고인들에게 귀속되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해당 금융거래는 모두 처벌 규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의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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