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74㎏ 규모의 필로폰 밀반입을 수사한 경찰관이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좌천성 인사로 수사권 없는 지구대장으로 밀려났다. 해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주체가 정작 조직적으로 이를 묵살하거나 방기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민은 어떤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7일 서울 광화문 김건희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의 수사는 특검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두 단체는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 등 권력기관 인사들을 직권남용 및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제 마약조직이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 74㎏을 적발해 수사하던 중 세관 공무원들의 연루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수사범위를 넓히고 브리핑을 준비하던 백해룡 경정에게 경찰·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세관 관련 내용을 브리핑에서 빼달라'는 외압성 청탁을 시도했다.
백 경정이 이를 거부하자 사건은 이첩됐고, 그는 공보 규칙 위반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아 수사지휘선상에서 배제됐다. 백 경정을 징계토록 한 민원 제기자는 다름 아닌 세관 피의자였다. 이를 당시 관세청장이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자가 수사관을 쳐낸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책임도 무겁다. 수사팀은 세관 공무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청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번번이 반려했다. 심지어 수사 대상이 사용하는 컴퓨터 여러 대 중 한 대만 특정하라며 사실상 수사를 제약하기도 했다. 결국 뒤늦게 영장이 발부됐을 땐 이미 폐쇄회로(CC)TV는 보존 기한이 지나 삭제됐고,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는 초기화된 상태였다.
더 심각한 건 검찰이 이미 2023년 2월 김해공항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을 체포하고 자백까지 확보했음에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이를 '검찰의 직무 방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검찰은 뒤늦게야, 그것도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된 이후에야 경찰·검찰·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외압의 핵심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스스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셈이다. 국민이 이를 신뢰할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건 검찰의 자성도 관세청의 해명도 아닌 권력기관 바깥에서 이 사건을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독립된 수사 주체다. 진실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제 그 몫은 특검에게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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