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이트, 온톨로지 AI 디지털트윈으로 소형모듈원전 플랫폼 수주 추진

기사등록 2025/07/07 09:10:00

글로벌 AI 경쟁 가속화로 전력 수요 증가

에너지원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주목

SMR 구현·설계 위한 '디지털트윈' 중요성↑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패권을 두고 경쟁이 한창이다. 각 나라별로 AI 기술의 선제적 확보를 위한 정책들을 펼치는가 하면, 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원의 해결사로 온톨로지와 디지털트윈 기술이 주목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15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원자력 산업 재건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에너지부(DOE)의 테스트 간소화, 고급 원자로 기술의 신속한 배치, 폐쇄된 원전 부지의 재활용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원자력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으로 선언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하나 둘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는 "AI에는 원전이 훌륭한 에너지원"이라며 AI산업의 핵심 요소로 원자력을 꼽았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해법으로 SMR 급부상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 요소다. 이 때문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간헐성 재생에너지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로 원자력은 지속 가능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SMR(소형모듈원전)은 강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MR은 기존 대용량 발전 원자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300㎿e 이하의 전기 출력을 가진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주요 기기들을 모듈화해 공장에서 선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며,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부지 제약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피동형 냉각 시스템 등의 적용으로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또 산업단지와 도심 인근은 물론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현실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SMR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각기 다른 설계가 병렬적으로 개발된다는 점과 실제 운전조건 또한 제한적인 상황이라 인허가 심사와 안전성 검증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가상 원자로 시뮬레이션 플랫폼은 SMR과 함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시스템을 가상공간에 정밀하게 복제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운전 조건과 사고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설계 완성도와 운전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고정밀·고위험 설계가 요구되는 원자력 분야에 적합하며, 실제 장기간의 물리적 실험 없이도 인허가 대응에 필요한 정량적 검증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이트, 온톨로지 디지털트윈 기술로 SMR 안정성·신뢰성 확보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술 흐름에 발맞춰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 혁신이 진행 중이다.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기업 이에이트(E8)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 1035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SMR 가상원자로 시뮬레이션 통합 플랫폼 개발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이에이트는 ▲가상 원자로 시뮬레이터 3차원 형상관리 ▲3차원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 생성·관리 기술 ▲가상원자로 시뮬레이션 상황 실시간 시각화 등 원자로 개발 환경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향후 SMR의 개발·검증·인허가·수출 전 주기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계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함은 물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수출시장에서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의 수행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에이트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온톨로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온톨로지 기술은 데이터를 단순한 숫자나 텍스트가 아니라 서로 어떤 의미와 관계를 갖는지 구조화하는, 다시 말해 데이터 간 의미론적 관계를 구조화하는 기술이다.

SMR은 2만개 이상의 부품을 가진 복잡한 시스템으로 설계, 검증, 운영단계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 때 온톨로지는 SMR 내 부분별 시스템의 맥락을 이해하고 더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설계 변경 시 어떤 부품에 영향을 주는지 자동으로 파악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느 계통에 문제가 생겼는지 분석하는 구조적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곧 설계자, 규제기관, 운전자가 같은 의미 체계에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어 의사소통의 오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인허가 검토 등의 협업 효율을 높일수 있다.

◆ 쿤텍·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기업 주도 SMR 생태계 구축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SMR 생태계의 기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DX(디지털전환)보안·임베디드 가상화 전문기업 쿤텍은 수산이앤에스와 협력해 한국수력원자력에 가상화 기술 기반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 '패스트브이랩스(FastVLabs)'를 공급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원전의 두뇌로 불리는 MMIS(Man-Machine Interface System·계측제어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실제 환경처럼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프트웨어 수정 없이도 설계·시운전·운영 단계에서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으며, 기존 시뮬레이터가 갖지 못한 기능 정밀성과 반응 충실도를 구현해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전의 디지털 테스트·운영 최적화·문제 사전 대응에 중요한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SMR 핵심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해외 SMR 설계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SMR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에너지·디지털·제조 산업이 융합된 미래 전략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SMR은 향후 데이터 인프라 확장, 분산형 전원 체계구축, 청정 수소 생산, 국방·우주용 소형 전력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직접 결합될 수 있는 범용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5년까지 연 130조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예상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주요국은 이미 SMR을 자국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기술 실증과 규제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체코 원전 수출 사례에서 확인했듯 이미 기술력, 시공 역량, 공급망을 두루 갖춘 국가로서 SMR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더불어 국내 디지털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설계·검증 혁신은 한국형 SMR의 상용화 속도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향후 수출 경쟁력과 인허가 대응력에서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제공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전력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으며 SMR은 그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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