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권력의 제물이 되는 순간에도 생을 불태우는 사람들…'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기사등록 2025/07/01 16:06:14
[서울=뉴시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사진=허블 제공) 2025.07.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당신과 저를 포함한 모두가 아는 진리가 하나 있잖아요.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을 호명하는 힘은 그 시대를 거머쥐고 있는 대명사들에게 주어진다는 진리요. 심판의 망치는 힘을 가진 자들만 휘두를 수 있고, 역사는 그들의 목소리로만 기록될 겁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통해 소개된 백사혜 작가의 연작소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가 출간됐다.

연작소설 중 단편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는 2023년 한국SF어워드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소설은 2131년인 미래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극단으로 치달은 자본주의로 인해 지구의 재벌들은 '영주'라는 계급이 됐다. 국가의 개념은 점차 사라지고 각 영토는 영주의 소유지가 돼버렸다.

영주들의 욕망이 '좁은' 지구만으론 채워지지 않자, 이들은 시선을 우주로 틀었다. 영주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우주 행성에 개척단을 보내고 테라포밍(지구 외 행성을 지구의 환경에 맞게 바꿔 거주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에 성공한다.

지구 밖에서 그들만의 '문명'을 세운 개척단원들은 영주들이 지배하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분노한 영주들은 개척단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

총 6편의 중단편으로 엮은 소설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과 저항, 그리고 소멸의 순간들을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전쟁은 우주 행성에 파견된 개척단과 지구에서 영주가 모집한 용병의 싸움이다. 정작 전쟁을 일으킨 영주는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소설은 가진 자의 탐욕을 위해 가지지 못한 자들이 제물이 되는 점을 역설한다.

더불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문명은 계속해서 진보하지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서술한다. 또 이러한 세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의 서사를 다루며 삶의 의미를 조명한다.

"영주의 아름다운 반려가 우주의 모든 것을 누리게 되면, 나와 함께했던 시간은 별 볼 일 없는 것이 되어버릴까? 동화의 마지막 구절,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네 인생을 단단히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영주의 사랑은 얼마나 지속될까?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中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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