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에 국내보다 많은 세금
美 반도체 매출 확대 영향 추정
美 테일러 공장 건설도 요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에서 국내보다 미국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삼성전자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요국 정부에 납부한 조세공과금은 총 8조2000억원이다.
조세공과금은 기업이 사업을 하는 국가의 정부에 내는 등 각종 세금 및 공과금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조세공과금 규모는 전년과 동일하지만 국가·지역별 비중 순위가 바뀌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미주·유럽으로 전체 조세공과금의 40.7%를 차지했는데, 금액으로 치면 3조3374억원에 달한다.
미주·유럽의 조세공과금 비중은 2023년까지만 해도 21.5%였지만 불과 1년 사이 2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에서 낸 조세공과금 비중은 36.6%(3조원)인데, 2022년 74%, 2023년 58.1%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전체 조세공과금 중 해외에서 낸 금액이 더 많아진 셈이다.
이 밖에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낸 조세공과금은 1조7400억원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미주·유럽에서 낸 세금이 더 많아진 주 요인으로 지역별 매출 규모 변화가 꼽힌다. 돈을 많이 번 곳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낸 것이다.
연간 삼성전자의 미주지역 매출은 2023년 9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18조8000억원으로 26조원 넘게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미주지역 매출 비중은 35%에서 39%로 올랐다.
같은 기간 유럽지역 매출도 48조1000억원에서 50조1000억원으로 많아졌다.
이와 달리, 국내 매출은 45조6000억원에서 39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출 비중도 18%에서 13%로 낮아졌다.
삼성전자가 미국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판매를 확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반도체 판매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큰 손인 미국 현지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MD와 HBM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1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신공장을 지으면서 현지 정부에 각종 세금을 낸 점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공장의 건설 진행률은 지난해 말 기준 99.6%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HBM 등 고부가 메모리 경쟁 대비 차원에서 해외 매출이 커지면서 세금도 많아진 듯 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