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항쟁 또다른 구심점 남동성당, 기념 쉼터로 의의 기린다

기사등록 2025/06/22 08:00:00 최종수정 2025/06/22 11:58:24

광주시, 남동성당 내 5·18 기념 쉼터 조성 공사 발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2일 오후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미사'가 열리고 있다. 2024.12.12.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중반 민주화를 열망한 재야인사들이 모였던 또 다른 항쟁 구심점 광주 동구 남동5·18기념성당(남동성당·5·18 사적지 25호)에 45년 전 항쟁 의의를 기리는 쉼터가 조성된다.

광주시는 최근 남동성당 내 5·18 기념 쉼터 조성 공사 발주에 나섰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남동성당 주차장 한편에 지상 1층 규모(연면적 23.1㎡)의 쉼터를 세울 방침이다.

쉼터에는 5·18 당시 광주지역 천주교 사제들과 재야인사, 성당이 도맡았던 역할 등이 담긴 사진과 영상 자료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약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쉼터 조성 사업은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은 남동성당이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닌 45년 전 항쟁의 또 다른 구심점이자 인권 운동의 성지라는 점을 기리기 위해 추진된다.

1949년 지어진 남동성당은 1980년 5·18 당시 지역에서 존경을 받던 민주·인권 인사들이 모여 계엄군에 의해 고립된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시국을 논의하던 곳이다.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집단 발포 하루 뒤인 5월22일 남동성당 사제관에서는 고(故) 홍남순 변호사와 고 송기숙 교수, 고 조아라 선생, 고 명노근 교수, 당시 성당 주임신부였던 김성용 프란치스코 신부 등 12명이 모였다.

회동을 가진 인사들은 앞서 미온적인 태도로 계엄군과 협상에 나서던 기존의 시민수습대책위원회를 대체할 만한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재야인사들은 이후 남동성당 수습대책위원회(수습대책위)를 발족, 시민수습대책위와 일원화한 뒤 수습 대책안을 정리하는 등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5월26일 수습대책위는 옛 전남도청 집단발포 이후 광주지역에서 물러난 계엄군이 시내 재진입을 시도한다는 소식에 거리로 나섰다.

수습대책위는 계엄군과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 위해 서구 농성동을 시작으로 4㎞ 구간을 걸으며 '죽음의 행진'을 벌였다. 김 신부를 중심으로 모여든 시민들이 '군을 후퇴시키라'고 촉구하면서 당일 계엄군의 재진입을 막을 수 있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3주기를 일주일 앞둔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당시 수습대책위 활동에 참여했던 김성용 신부가 함께 활동했던 고 명노근 교수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3.05.11. leeyj2578@newsis.com


재진입은 막았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김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광주의 실상을 전하기 위해 수습대책위원들과 협의하고 같은 날 오후 광주를 떠났다. 광주의 실상이 전달된다면 김 추기경이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만나 계엄사의 강경대응을 완화하고 광주의 수습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 신부는 13차례 검문을 거치고서야 다음날인 27일 밤께 서울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미 27일 오전 계엄군이 옛전남도청을 함락하고 시민군을 무차별 학살한 뒤였다. 김 신부를 비롯한 수습대책위원들은 5·18 직후 계엄당국에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이후 남동성당에서는 1981년부터 현재까지 광주천주교구청과 사제단이 주관하는 추모 미사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적 성격을 띤 미사를 시작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전남본부 결성식이 열리는 등 시민들이 부당한 권력에 투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퇴·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국정원 개혁과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 촉구를 호소하는 미사 등도 열리면서 지역 인권 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광주시는 이번 쉼터 조성 사업을 통해 남동성당이 복원을 앞둔 옛 전남도청과 함께 당시 지역 내 항쟁 구심점이었던 순간을 조명하고자 한다.

시 관계자는 "고립된 광주를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았던 남동성당은 옛 전남도청에 견주는 또 다른 항쟁 구심점"이라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5·18 항쟁 기간 도중 일부 역사가 이번 기념 쉼터 조성을 통해 조명되고 기려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남동성당은 5·18 25주기인 2005년 5·18 사적지 25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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