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안 밝힌 조각상 1주일 동안 전시 허가
김정은·푸틴·오르반 등 트럼프 칭송한 발언 표기
백악관 "눈엣가시 조각상 미국이니까 전시 가능"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풍자하는 “독재자 인증(Dictator Approved)”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미 워싱턴 국회 의사당 인근에 설치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4m 높이의 조각상은 엄지를 치켜세운 금색의 손이 자유의 여신을 짓누르는 형태다.
조각상의 작가들은 이 작품이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와 권위주의에 대한 반박을 의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들은 국립공원관리청에 제출한 설치 신청서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북한, 러시아,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이미지와 유사한 모습으로 워싱턴 DC를 행진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조각상의 목적이 “억압적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칭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각으로 된 조각상 받침대의 각 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총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도널드 트럼프는 가장 존경받고,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라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발언, 빅토르 오르반은 라고 했고, “우리는 많은 공통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브라질 전 대통령의 발언, “각하” “특별한 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비범한 용기”라고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들이 새겨져 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조각상을 16일 오전 7시부터 22일 오후 5시까지 전시할 수 있게 허가했다.
조각상을 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미스터리에 쌓여 있다. 자신이 제작자라고 밝힌 개인이나 단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8일 오후 조각상을 둘러본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조각상 설치가 허용된 것을 놀라워하면서도 조각상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를 꺼렸다.
호주에서 온 쿠레사(80)는 성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은퇴 연방 당국자인 예벳 해트필드는 조각상 앞에서 반려견과 사진을 찍었으나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선 직설적으로 답하지 않고 “내 정치적 견해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클리블랜드에서 온 프란체스카 카를로(20)와 애비게일 마틴(21)은 조각상이 무슨 의미인지 얼핏 알기 어려웠지만 곧 이해했다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를로는 명판에 적힌 글귀들을 가리키며 “이들 권위주의 정치인들이 우리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면 우리 민주주의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만약 이 민주당 활동가들이 독재 국가에 살고 있었다면, 그들의 눈엣가시 같은 조각상은 지금 설치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당신이 ‘예술’이라 부르는 걸, 아무리 못생겼더라도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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