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비용 완화 없이는…" 갈길 먼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기사등록 2025/06/17 12:50:01 최종수정 2025/06/17 13:50:24

고용부, '외국인 가사관리사' 본사업 전환 계획 아직 확정 못해

서울시 "최저임금 수준 필수불가결…'공공아이돌보미'로 보완"

가사관리사들 "이용가정과 의사소통 어렵지만 업무는 만족"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17일 '2025 외국인 가사관리사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과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2025.06.17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과 관련해 "돌봄 비용 완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본 사업 전환이 어렵다"는 정부 측 입장이 나왔다.

서울시는 "최저임금 수준의 지원은 필수불가결하다"면서도 공공아이돌보미 서비스 등을 이용해 돌봄 비용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17일 오전 KT&G 상상플래닛에서 서울시와 고용부가 함께 개최한 '2025 외국인 가사관리사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이 참석했으며, 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공동대표, '휴브리스'의 전창민 대표이사, 실제 근무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도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한 담당관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의 본사업 전환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범사업에서 일부 성과가 있기는 했으나, 본 사업 전환을 위해선 돌봄 비용 완화와 관련된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본사업 전환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 담당관은 "현재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에 대해) 최저임금 등 노동법 관계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을 해도 돌봄 비용 부담 완화라는 당초의 문제의식이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단 이미 일하고 계신 86명의 가사관리사분들은 취업 활동기간이 3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계속 (가사관리서비스 업체와) 근로 계약을 연장하면서 가사관리사로 근무를 하실 수도 있고, 그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서비스직 내에서) 한국에서 계속 근무를 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측도 최저임금 이하 수준의 돌봄 비용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지난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매우 저렴한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들의 임금을 새롭게 인상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이용 가정의 돌봄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이하로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최저임금 수준의 지원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공감의 표현이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소득이 낮아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용 가정에 대해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공아이돌보미 제도'에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포함, 일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새 정부도 출범했으니 같이 잘 풀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소득기준에 따라 15~80%까지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필리핀 가사관리사. 2024.09.03.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이용가정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대체로 업무 자체에는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휴브리스' 소속 박 걸리씨는 "(이용가정에서는) 대부분 영어로 소통하는데 첫 번째 가정의 경우 영어를 잘 못하셔서 한국어로 소통을 하셨다"며 "의사소통에 대한 어려움은 동료들도 많이 느끼고 있다. 의사소통이 안 돼서 제가 오해를 하게 되거나 원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용가정에서도 파파고 등 (번역) 앱을 이용해 저희와 의사소통하시는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홈스토리생활' 소속 메이 안씨는 "불편한 사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의사소통에 있어 제가 한국말을 더 잘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제가 일하는 가정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주시고 아이들도 영어로 얘기해주지만 제가 더 불편을 줄이려면 한국어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지난해 오 시장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정부가 공인하는 'Caregiving(돌봄)  NC Ⅱ'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100명을 선발,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용 가정들의 돌봄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했던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 비준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4대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1만6800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정부는 6개월 간의 시범사업 이후 종료 시점을 앞둔 지난 2월 시범사업 기간을 1년 더 늘렸다. 다만 올 상반기 중 본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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