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하다임 인턴 기자 = 막말과 비방으로 점철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에 대한 실망이 커지는 가운데, 23년 전 제16대 대선 토론 영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일 유튜브에는 '지금과 달랐던 품격 있는 토론'이라는 제목의 1분 분량 쇼츠 영상이 12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해당 영상은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토론회 영상을 짧게 편집한 것이다.
영상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주제로 양 후보가 차분하게 주장과 반박, 재반박을 주고받는 장면이 담겼다. 노 후보는 수도 과밀 해소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혼란과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토론 영상에서는 이 후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과거에 강력히 주장했는데 요즘은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있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묻자 노 후보가 "정치하며 점차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며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초선 때 약간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 해서 너무 그리 탓하지 말아 달라"고 응하는 장면도 담겼다.
누리꾼들은 원색적인 비난이나 막말, 네거티브 전략 대신 양당 후보가 상대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논리로 설득하려는 모습이 최근 TV토론과는 대조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자신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에 '부드럽고 강한, 지금과 다른 감동이 있는 정치'라고 호평했다.
이밖에도 연금 개혁 토론 영상은 약 205만회, 시장 개방 관련 영상은 85만회, 대북 지원 관련 토론 영상은 70만회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제16대 대선 토론회가 재조명되는 배경에는 최근 대선 토론의 '빈약함'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토론 3회만 열리며, 역대 가장 적은 토론 횟수를 기록했다. 후보들은 정책보다 인신공격에 치중했고, 실질적인 국정 비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2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정치는 왜 이리 막장으로 퇴보했나" "누가 맞냐 틀리냐가 요점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갖고 서로 다른 입장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의논해 보면서 가장 이성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는 게 토론의 목적인데" "저 때만 해도 모두가 나름의 정의가 있었고 그 바탕엔 적어도 애국심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었네" "진보 보수를 떠나 훌륭한 토론이다. 지금의 토론은 국가의 미래를 논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과거까지 탈탈 털어 흠집 내기에만 바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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