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소원 인턴 기자 = 고대 인류 네안데르탈인이 약 4만3000년 전 예술 활동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스페인에서 발견됐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마리아 데 안드레스-에레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학술지 '고고학·인류학 과학((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을 통해 스페인 세고비아 라사로 산 암벽 보호구역의 지하 1.5m 아래에서 인간 얼굴을 닮은 화강암을 발견했으며, 그 표면에서 붉은 안료(pigment·색을 띠는 고체 물질)로 찍힌 지문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과학수사대의 다중 스펙트럼 분석(Multispectral Analysis·여러 파장의 빛으로 숨겨진 정보를 찾는 과학 기법) 결과에 따르면 붉은 지장은 자연 생성된 것이 아닌 안료로 찍힌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문은 네안데르탈인의 성인 남성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이 돌의 균열이나 독특한 형태에 주목해, 손가락에 붉은 안료를 묻혀 중앙의 코 위치에 찍음으로써 이목구비를 갖춘 얼굴을 의도적으로 형상화한 예술적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스-에레로 교수는 이번 발견의 의의에 대해 "이 유물은 고고학적 맥락에서 발견된 최초의 안료 표시물이며, 명백히 네안데르탈인 거주지에서 출토된 것"이라며 "이들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살아간 존재가 아니라,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었던 인간 집단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곤살로 산토냐는 기자회견에서 "이 화강암은 유럽 대륙에서 가장 오래되고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확인된 유일한 휴대용 예술품"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공동 저자인 고고학자 다비드 알바레스 알론소는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네안데르탈인의 지문 자료가 없기 때문에 예술품이라고 확정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metru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