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거책 운전기사한 중중 지적장애인, 무죄

기사등록 2025/05/26 15:39:38

"고수익 알바 있다"는 말에 지인 태우고 운전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지인의 말에 보이스피싱 수거책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지적장애인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국식)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 B(32)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지적장애인인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로부터 “고수익 알바가 있으니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고 지난해 8월 23일 차량에 B씨를 태우고 남양주와 안성, 영등포, 구리 일대를 돌며 피해자 2명으로부터 현금 46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당시 작성된 A씨의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범죄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금액이 크다보니까 범죄와 관련된 돈이라고 의심을 했습니다’,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로 인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데 대해 이의 없다’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된 행위의 고의성을 일관되게 부인했고 재판부는 범행 공모 정황 부족과 ‘피고인이 부인하는 경찰의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위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의자신문조서에 피고인이 사실상 고의를 인정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중증 지적장애인인 사정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진술이 오해의 여지없이 진술한 취지 그대로 기재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증명력에 한계가 있다”며 “B씨와 달리 피고인이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소통하거나 메신저 채팅에 참여한 사실도 없고 하루 2차례 A씨를 태우고 운전을 하고 받은 15만원이 비정상적인 거액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직간접적인 사회경험과 전체적인 거래구조에 관한 최소한의 판단능력이 필요한 범행으로, 피고인은 비록 운전면허가 있기는 하나 3년간 주유소 주유원과 엘리베이터 수리일을 한 것 외에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다”며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적도 없어 피고인에게 당시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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