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공사의 마지막, 공적 책임은 사라지고 '개인 쇼'만?

기사등록 2025/05/26 10:35:55 최종수정 2025/05/26 11:28:24

“폐광 앞둔 석공, 혼란의 도가니?”

김규환 사장 취임 6개월…노조 “독단 운영·기행 반복” 해임 촉구

지난 2022년 2월 4일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광장에서 열린 조합원 궐기대회 모습.(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뉴시스]홍춘봉 기자 = 폐광을 코앞에 둔 대한석탄공사 김규환 사장의 해임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석탄공사 노조는 김규환 사장의 잇따른 기행에 따른 규탄 성명에 이어 이사회에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냈다.
 
폐광을 1개월 가량 앞두고 정부의 조기 폐광 방침에 따라 역사 속으로 퇴장해야 할 시점이지만, 내부 갈등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환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한석탄공사의 41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첫 행보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취임사에서 “석탄공사 100년 존속”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는 2025년 6월 조기 폐광이라는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이었다.

조합원들에게 김 사장의 지난 7개월은 공적 책임보다는 ‘개인 쇼’로 기억되고 있다. 조직은 분열됐고, 사기는 바닥을 쳤으며, 마무리는커녕 새로운 혼란만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100년 석공’에 이어 추진한 ‘삼풍운동(꽃바람·행복바람·창조혁신바람)’도 조직 쇄신을 추진했지만, 내용과 방식 모두 설득력을 얻지 못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특히 본사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철거, 오전 7시 조찬 강연 참석 강요, 구내식당 운영시간을 지인 일정에 맞춰 변경한 사례 등이 잇따르며 “비상식적 운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노조는 이를 두고 “공적 기업을 개인 리더십 실험장으로 전락시켰다”며 “기행 수준의 지시에 조직 전체가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김 사장이 폐광 정리보다 ‘신사업 발굴’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흑연 개발, 풍력 사업, 요소수 생산 등 석탄공사의 역할과 동떨어진 사업들이 잇달아 거론됐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도 없었다.

노조는 “정작 시급한 건 폐광으로 인한 갱내 출수와 재고 무연탄 판매와 관리, 부동산 관리, 인력 재배치 등 현실적 과제”라며 “실체 없는 비전으로 구성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사 문제 역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힌 본부장을 면직시키고, 이에 항의한 실장을 지방 광업소로 좌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측근 인사들은 핵심 보직에 잇따라 발탁되며 “충성 경쟁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노조는 지난 23일 이사회에 김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공식 건의문을 제출했고, 현재 본사 주변에 “독단 경영 중단하라”, “공사 말기에 쇼하지 마라”는 현수막 수십 장이 내걸린 상태다.

석탄공사 노조 관계자는 “지금 사장이 해야 할 일은 정리와 설득이지, 홍보와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조용하고 단호한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 원주 청사 주변에 내걸린 사장 퇴진 촉구 현수막. 지난 24일부터 사장 퇴진 촉구 현수막이 수십장 부탁되어 있다.(사진=석탄공사 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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