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시간 위에 새 숨결…근대유산 활용한 도시재생 본격화
[익산=뉴시스]고석중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원도심의 중심이었던 '솜리마을'이 도시재생을 통해 살아있는 역사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16일 시는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익산 평동로 일대를 정비해, 단순한 보존을 넘어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다.
솜리마을은 한때 '솝리'로 불리던 지역으로, 1914년 이리역(현 익산역) 개통 이후 급속한 상업화를 겪으며 호남 교통·물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근대문화유산, 체험형 콘텐츠로 재탄생
솜리마을의 핵심은 '보존을 넘어선 활용'이다. 일제강점기 및 해방 이후 지어진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 카페, 공방, 체험형 숙소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1954년 문을 연 형제상회 건물 '이사도라주단'은 현재 천연비누 체험공간으로 변신했다. 내부엔 근대 건축의 원형이 상당 부분 보존돼 있으며, 연결된 '새시대 양품점'은 북카페 '속리카페'로 재탄생해 복합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바느질 거리’의 명맥을 잇는 '포에버 매듭공방'은 전통 매듭 체험이 가능하며, 일식 목구조 건축물 '리스테이 익산'은 체험형 숙박시설로 관광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근현대사를 품은 공간들, 새 문화자원으로
솜리마을에는 근현대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 건축물도 여럿 존재한다. 1925년 지어진 '이리금융조합'은 '솜리문화금고'로 이름을 바꿔 소규모 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며, 금고와 계단 등 내부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1948년 설립된 '익산 중국학교'는 현재 '항일역사관'으로 운영되며, 지역 내 화교 사회와 항일운동 역사를 함께 조명하고 있다. 붉은 벽돌 외벽과 강당 구조가 특징이다.
익산시는 이처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에 새로운 기능을 더함으로써, 과거의 공간이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다시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멈춘 공간 아닌, 기다려온 공간
솜리마을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사업은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 문화·관광·창업이 융합된 새로운 모델을 지향한다.
최근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솜리문화의 숲’은 북카페, 전시관, 소극장으로 구성돼 시민 문화 향유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솜리마을은 멈춰 있던 공간이 아니라, 긴 시간을 기다려온 공간"이라며 "과거의 시간 위에 시민과 관광객의 삶이 겹쳐지는 익산 대표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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