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이름 값뿐 아니라 '자산 가치' 상징 기준
설계·시공수준·조경·커뮤니티 시설 등 차별화된 경쟁력
대형 브랜드 단지, 재건축 추진시에도 속도감 있게 진행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아파트는 결국 입지다."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여전히 진리다. 같은 브랜드, 같은 평형이라도 강남에 있느냐, 외곽에 있느냐에 따라 가격은 몇 배까지 차이가 난다. 직장, 학교, 교통, 편의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를 고려할 때, 입지는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입지만으로 모든 게 끝나지는 않는다. 좋은 입지에 있는 아파트라도 가격이 크게 차이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입지 다음으로 아파트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같은 동네, 같은 평수인데도 아파트 가격이 수억 원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 입지 조건은 비슷한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답은 '브랜드'에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 그 이상이다. 하나의 ‘자산 가치’를 상징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과거에는 아파트 브랜드가 지금처럼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입지였고, 건설사는 단지 외벽에 조그맣게 회사 이름을 붙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대형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GS건설의 ‘자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들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품질, 신뢰, 프리미엄 이미지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브랜드별 가치 차이가 벌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설계와 시공 수준이다. 같은 면적이라도 브랜드 아파트는 평면 설계가 더 세련되고, 마감재나 단열, 방음 같은 기본 품질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또한 단지 내 조경, 커뮤니티 시설, 주차 공간 설계 등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래미안이나 자이 단지는 조경 면적이 넓고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경우가 많아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두 번째는 단지의 유지·관리 체계다. 브랜드 아파트는 준공 이후에도 관리사무소 운영, 시설 관리, 커뮤니티 공간 운영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유지한다. 브랜드 자체가 가치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도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단지의 외관이나 시설 수준이 유지되면서 가격 방어력이 강해진다.
세 번째는 거주자 커뮤니티의 형성이다.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는 비교적 경제력이 비슷한 입주민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입주민 간 갈등을 줄이고,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브랜드 가치가 낮은 단지는 관리비 체납, 시설물 훼손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입주민 수준이 아파트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네 번째는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다. 같은 신규 분양 단지라도 대형 브랜드가 시공을 맡으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더라도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용한다. 그만큼 나중에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브랜드에 따라 차량 가격이 달라지듯, 아파트 시장에서도 브랜드는 재판매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물론 모든 브랜드 아파트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브랜드를 내걸고도 시공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후 관리가 부실한 경우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브랜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부실 시공 문제가 드러나면서 "브랜드도 맹신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브랜드 아파트가 가지는 기본 신뢰감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시 브랜드 파워는 또 다른 힘을 발휘한다. 래미안, 자이 같은 대형 브랜드 단지는 재건축 추진 시 주변 단지보다 훨씬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브랜드 아파트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결국 브랜드별 아파트 가치 차이는 단순히 ‘이름값’이 아니라, '품질, 관리, 커뮤니티, 시장 기대감' 등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부동산 투자나 내 집 마련을 고민할 때, '입지'를 먼저 보되, '브랜드' 역시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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