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현 온라인쇼핑협회 회장 "티메프·발란 파장, 규제가 본질적 해결책 아냐"

기사등록 2025/04/08 15:58:28

올 2월 취임 후 첫 인터뷰…내부출신 처음으로 회장 올라

韓이커머스 경쟁력 높지만…규제로 인한 성장·투자↓

'오프라인 적합' 대규모 유통업법, 온라인과 동떨어져

올해 3개 연구반 가동 "규제 대응전략 마련해 제출할 것"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와 발란 등 온라인 플랫폼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잇따르다 보니, 손쉽게 접근하려는 규제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업회생 원인은 해당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성현 신임 회장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들아가는 업계 위기 속에서 협회의 1순위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접근을 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장 분석을 기초로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며, 규제 당국의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현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제26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상근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오랜 기간 협회 운영에 참여하며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주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협회 최초로 내부 출신 회장에 올랐다.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지난해 벌어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부터 명품 플랫폼 발란의 기업회생까지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책으로 정산기한 준수 및 별도 관리 의무 적용 대상에 플랫폼 중개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프라인·온라인 채널의 성격을 구분해야 하며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도 종합몰, 오픈마켓, 버티컬(전문) 플랫폼 등 각 특성을 고려해 규제 논의에 접근해야 한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대규모유통업법은 2012년 시행된 법으로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산업에 맞춰진 법안"이라며 "급변하는 온라인 쇼핑 생태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 관련 규제법의 경우도 도입 배경이 전혀 다른 EU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어, 국내 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EU는 자국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그러나 국내 시장은 로컬 플랫폼 간, 로컬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 순간에도 이뤄지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07. scchoo@newsis.com

그는 대한민국 온라인 쇼핑 업계가 고용 창출, 물가 안정 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순기능은 주목받지 못한 채 과도한 규제들에 막혀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는 1996년도 이커머스가 시작한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망으로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됐다"며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 편리한 간편 결제 시스템 등을 지닌 경쟁력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과도한 규제는 온라인 쇼핑 업체들을 향한 투자도 얼어붙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앞서 플랫폼·커머스 같은 산업은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외부 투자를 통해서 성장해 왔지만 이들이 규제에 놓이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줄어들었다"며 "현재는 시장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나 대단한 사업 모델을 가진 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신규 투자가 잘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규제 환경에 놓인 생태계에는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시장을 진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협회 내부의 첫 상근 회장인 만큼 회원사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특히 협회는 올해 ▲커머스플랫폼 연구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연구반 ▲대규모유통업법 연구반을 가동해 규제 대응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규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시장 논리를 가지고 서로 연구해 보자는 취지로 3개의 연구반을 만들었다"며 "최소 한 달에 한번은 회원사 실무진들과 교수가 만나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반을 통해 정리된 내용 등을 규제 당국이나 국회 등에 제출해 우리 생태계를 올바른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기총회 (사진 =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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