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佛 '소시에르상' 최연주 "수상에 얼떨떨…작은 위로 되길"[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5/04/02 16:29:57

첫 그림책 '모 이야기', 한국 작가로는 처음 수상

"상을 받아도 되는지 싶어…온 마음으로 기뻐해"

"모 이야기 2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 주제"

[서울=뉴시스] 올해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프랑스 소시에르상 '작지만 흥미로운 책(Carrément Passionnant MINI)' 부문을 받은 최연주 작가.(사진=본인 제공) 2025.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얼떨떨했어요. 첫 책으로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영광스러운 순간이 또 있을까 싶어 온 마음으로 기뻐하는 중이에요."

최연주(33) 작가가 최근 그림책 '모 이야기'로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프랑스 소시에르상 '파시오낭 미니'(Passionnant MINI·작지만 흥미로운 책' 부문에서 수상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소시에르상은 프랑스어로 출판된 도서에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 작가 책의 번역본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림책 '모 이야기'는 최 작가가 2023년에 국내에서 출간한 첫 작품이다. 그의 반려묘 '모대리'를 소재로 웃는 빛을 찾아 숲속을 모험하는 아기 고양이의 이야기다.

2일 서면으로 만난 최 작가는 첫 그림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에세이 '아무튼, 술' 표지 작업,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 삽화 작업 등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던 그에게 정미진 출판사 엣눈북스 대표가 집필을 권유한 것이 계기라고 떠올렸다.

최 작가는 "한 컷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과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했었다"며 "정 대표님이 제 안에 이야기가 가득하다며 응원해 주시고 많은 부분에서 조언을 건네줘 첫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반려묘 '모대리'는 작가의 남동생이 2018년 길에서 만난 고양이다. 그림책은 고양이가 작가의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어떤 일을 겪었을지 상상한 내용으로 그려졌다.

"모대리를 만나고 자연스럽게 늘 모대리를 그려왔어요. 그러면서 어디서 왔을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늘 궁금했어요."

최 작가는 책을 만든다면 반드시 반려묘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모대리를 만났을 때 동물 병원에 가보니 아마 1살 정도일 거라고 했다"며 "이 어린 고양이가 어쩌다 집을 나왔을까 상상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고양이 '모'는 다양한 숲속 동물을 만나고 길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법, 처음 만난 이에게 인사하는 법 등 삶의 지혜를 터득해 나간다.

[서울=뉴시스] 최연주 작가가 기르는 반려묘 '모대리'(사진=최연주 작가 제공) 2025.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 작가는 "'모'의 모습은 우리의 어린 시절, 혹은 지금 우리 마음 속 어린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며 "내 마음과 다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해야 하는 일을 깜빡 잊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을 시작했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들 속에서 친구들이 생기고 그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며 무언가 하나씩 배워간다"며 "어른이 된 지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일들은 언제나 어렵지만 용기 내어 시작해 보면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오는 6월 출간을 목표로 '모 이야기' 2편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작품의 주제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아버지로부터 얻은 배움에서 소재를 찾았다고 한다.

겨울마다 그림 달력을 만든다는 최 작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이 그려졌을 땐 마음 속에서도 쉽게 치워 버리곤 마감 때마다 쓸만한 그림이 없다고 괴로워했다"며 "아버지는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모두 가지고 오라 하시더니 못 쓴다고 버려두었던 그림들에 새로운 쓰임을 제시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아버지를 보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도 경험하며 느낀 마음을 이야기 속에 녹여나가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떨 때 위로를 받는 지를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나 공감되는 글과 그림을 보았을 때인 것 같아요. 제 책을 보시고 작은 위로를 받으면 기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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