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총리 "美, 그린란드에 용납 못할 압력 가해…저항할 것"

기사등록 2025/03/26 15:17:16

"그린란드, 美방문 거절 분명히 밝혀"

美 압박에 '덴마크서 즉시 독립' 약화

[코펜하겐=AP/뉴시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부부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그린란드 방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지난 1월9일(현지시각) 코펜하겐 총리실에서 그린란드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5.01.10.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부부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그린란드 방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다.

폴리티코,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레데릭센 총리는 25일(현지 시간) "우리는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가해지는 (미국의) 압력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압력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또 최근 총선을 치른 그린란드가 정권 이양 과도기라는 점을 들며 밴스 부통령의 방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린란드는 현재) 정부가 없기 때문에 '방문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덴마크가 동맹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모두 미국과 협력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린란드 방위협정이 있고, 덴마크와 그린란드 어느 쪽도 미국과의 협력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오는 28일 부인 우샤 밴스 여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을 직접 이끌고 그린란드를 방문할 계획이다.

우샤 밴스 여사의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도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밴스 부통령까지 대표단에 합류시켜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노골화되면서 그린란드는 상대적으로 덴마크와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덴마크로부터의 '점진적 독립'을 지향하는 중도우파 민주당이 예상을 뒤엎고 1당을 차지했다.

그간 정치권 주류였던 '즉각 독립'보다는, 덴마크에 대해 경제·안보적 실리를 챙겨나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에 대처해나가자는 표심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1910년과 1946년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두 차례 모두 덴마크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도 그린란드 매입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어떻게든 우리가 가져올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지난 13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나서도 "덴마크는 그린란드에서 매우 멀다"며 주장을 이어갔다.

1953년까지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는 점차 자치권을 확대해 2009년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편입 압박에 대해서는 모든 원내정당이 반대한다. 다만 그린란드의 실질적 자립을 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레라크가 총선에서 2당으로 약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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