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시장 점유율 35.4%…하루 최대 120만수 도계
국내 유일 全공정 동물복지시스템…맛·신선도·품질↑
입소문 타고 익산 관광 명소로…누적 6만여명 다녀가
[익산=뉴시스] 변해정 기자 = 한국인의 닭고기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 한 해 국민 한 명당 15.2㎏ 소비했을 정도다.
지난 7일 기자가 참여한 하림의 '치킨로드(Harim Chicken Road·HCR)'는 이를 단박에 실감케 했다.
HCR가 진행되는 전라북도 익산시 '닭고기 종합처리센터'(PPC)는 총면적이 13만5445㎡(약 4만972평)에 이른다.
축구장(약 7140㎡) 19개를 합친 규모다. 이 곳에선 농장에서 기른 닭의 계류·도계·가공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한다.
1167개 계약사육 농가로부터 닭을 직접 공급받아 하루 평균 60만~70만 마리를 처리하고 있었다.
삼복(초복·중복·말복)이 낀 여름철이면 하루 120만 마리까지로 늘어난다.
하림이 한국육계협회와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지난해 닭고기 시장점유율은 35.4%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먹는 닭고기 3분의 1 이상이 하림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신선한 닭고기 생산을 위한 하림의 고집스런 철학도 엿보였다. 무엇보다 국내 유일 전 공정에 동물복지시스템을 도입했다.
도계의 첫 과정인 '가스스터닝'은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해 닭을 잠재운 뒤 방혈하는 하림만의 방식이다.
일반 도계장에서는 닭에 전기 충격을 가해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반면 잠든 닭은 덜 고통스럽게 모세혈관 안의 피까지 깔끔하게 배출돼 전기 충격보다 신선도 유지에 탁월하다.
이후 닭의 내장을 자동 집게형 스푼을 사용해 몸체와 분리하는 '내장 적출'과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도계 과정에서 경직된 근육을 380볼트(V)의 전기 자극으로 풀어주는 '스티뮬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죽은 닭의 온도는 41도로 사람의 체온(36~37.5도)보다 높다. 도계 후 세균 증식을 막으려면 빠르게 냉각하는 게 관건이다.
하림은 8도의 추운 작업장 내 최장 7km에 달하는 레일에 닭을 하나씩 걸어 200분 동안 찬 공기를 쐰다. 닭 온도는 순식간에 2도까지 낮아진다. 바로 '에어칠링'이다.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낮추는 방식보다 맛과 풍미 보존에 유리하다는 게 하림 측 설명이다. 닭고기 간 교차 오염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물을 머금어 피부가 탱글해진 닭과 달리 쭈글쭈글한 모습을 띈다.
이어 닭은 영하 25도의 냉각 터널을 40분간 통과한다. 그러면 겉 표면에 살얼음이 입혀지는데, 유통 과정에서 신선함을 유지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렇게 손질된 닭은 영상품질검사를 받는다. 닭 사육-상차-운송-도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 여부를 다초점 카메라 X-ray 촬영을 통해 전수 확인하는 절차로, 하림은 검사 결과를 상대 평가한 뒤 우수 농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닭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 제품도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삼계탕 기준 도계에서 가공까지 24시간이면 완성된다. 도계와 가공 공정을 따로 둔 일반 제조사라면 보통 48~168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신선함이 보장된단 얘기다.
이 모든 공정은 투어창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림이 지난 2022년부터 본격 시작한 HCR는 입소문을 타고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첫 해 8062명을 시작으로 2023년 1만8203명, 2024년 3만366명이 다녀갔다.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벌써 7458명이 참여했다.
HCR 중 인기 코스는 단연 발골 전문가가 닭을 부위별로 해체하는 '발골쇼'와 하림 닭고기를 직접 맛보는 '시식'이다.
하림 관계자는 "HCR을 통해 가장 맛있는 닭고기를 만드는 비법과 식품철학 스토리를 전하고 있는데 참여 신청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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