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까지 러 화석연료 근절' 목표
"지정학 전개" 이유…미러 살필 듯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유럽연합(EU)이 오는 26일 예정했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 로드맵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폴리티코는 6일(현지 시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로드맵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나, 계획대로 이번 달 말에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익명의 EU 고위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앞서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주택 집행위원은 "EU는 수년간 러시아 연료를 배제하는 캠페인에 실패하고 있다"며 취임 100일을 맞는 3월 중순까지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탈피하는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시점이 늦춰진 것이다.
EU 고위 관계자는 발표 시점 연기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최근의 '지정학적 전개'에 따라 시기가 바뀌었다"고만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국은 EU와 관세 신경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을 가동하는 협상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럽은 미국과의 대러시아 공동전선 위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었는데, 이 전제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최근 몇 주 동안 워싱턴과 러시아의 양자회담으로 인해 크렘린(러시아)과 서방 사이의 미래 경제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유럽의 2024년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IEEFA 애널리스트 마리아 잘러-마카레비츠는 "당황한 유럽이 여전히 저렴한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을 끊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EU의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중단' 목표는 구속력 없는 결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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