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시립미술관 첫 주제 기획전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권은비·임흥순·타카하시 켄타로 등 7명 참여
제주4·3평화재단·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협업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개관 3년 차 기억 기관으로서 미술 아카이브의 사회적 역할을 고찰해보는 전시로 마련했다."
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개막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제 기획전으로 기관 의제인 ‘행동’과 연계해 전시를 풀어냈다.
전시는 아카이브 기반의 미술과 민간 아카이빙 활동을 연결했다. 영상, 사진, 설치 작품으로 발표하는 권은비, 김아영,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총 7인(1팀)이 참여했다.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이 협업 기관으로, 풍성한 자료와 함께 구성되어 있다.
정유진 미술아카이브 과장은 "지연하는 기억, 목격하는 기록, 던져지는 서사 등 3개의 주제로 펼치는 이번 전시는 정치 사회적으로 부담스러웠지만 자료가 가진 힘을 보여드리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아카이브 기관으로서 민간과 협업한 것과 관련 "공공 기록이 포착하지 못한 혹은 의도적으로 포착하지 않은 역사와 사건을 기록하는 사적 영역에서 아카이빙 활동이 가지는 행동주의적 관점과 실천적 기제"라고 밝혔다.
"2000년 전후 한국의 기록 분야와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는 아카이브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기조가 형성되었다. 지난 세기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의 희생과 인권 침해에 대한 진상 규명 운동과 함께, 공적 기록에 포착되지 못한 사적 영역의 기록인 매뉴스크립트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었다. 또한 공식 역사와 기억을 뒷받침해 왔던 아카이브에 대한 비평과 대안적 실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동시대 미술 역시 아카이브에 대한 비평적 이론을 수용하면서 기록을 생성, 재조직하여 제도권이나 주류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사건이나 대상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연대하였다. 지난 20여 년간 매뉴스크립트와 아카이브 기반 작업은 소외되고 억압되었던 사건과 대상을 발굴하고 사회적 기억으로 환원하는 공동의 지형을 형성해 왔다."(정유진 미술아카이브과장)
전시 제목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서울시립 아카이브가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록에 대한 연구, 보존의 가치를 전달하고,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과 아카이브 그 자체가 지닌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535~475)의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경구에 착안하여, 기록이 현재 진행형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계속해서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기억, 정서, 인식을 새로이 환기하고 미래를 향한 우리의 행동을 촉구하는 기록의 행동주의를 다각도로 인식하고자 한다."(유예동 학예연구사)
‘목격하는 기록’은 사건 이후 오랜 기간 표면화되지 못했던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제주4·3평화재단과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소장기록과 함께, 이에 대한 섬세한 도큐멘테이션을 통해 정동을 형성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던져지는 서사’에서는 현실 문제와 아카이브에 뿌리를 두면서도 반대로 그 부재의 공간에서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여 사회적 통념이나 경계 그리고 단편적인 담론에 가려진 영역을 해방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권은비 작가의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2025) 구술 직조 퍼포먼스, 이무기 프로젝트의 '트랜스-젠더-시간-지도'(2025) 렉처 퍼포먼스, 참여 작가와 협업 기관과 함께하는 대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 해설을 제공한다. 전시는 7월27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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