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세운 로제, 정규 1집 '로지' 내면 이야기
제니, 정규 1집 '루비'서 자신 찾는 수양 과정 보여줘
지수, 첫 미니 앨범 '아모르타주'서 사랑에 자신 투영
리사, 정규 1집 '얼터 에고'서 끊임없이 또 다른 자기 찾기
하반기 완전체 새 월드투어…솔로 활동 시너지 기대감 커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인 로제·지수·리사·제니가 솔로 활동을 통해 이전 화려한 블랙핑크 때와는 다른 자아 찾기에 나서는 중이다.
블랙핑크 정규 1집과 2집 활동을 통해 명실상부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이 된 이들은 자신들을 발굴한 YG엔터테인먼트와 팀 활동만 같이 하기로 한 이후 정체성 찾기에 골몰해왔다.
◆블랙핑크, 곧 K팝 걸그룹의 역사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의 역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YG가 개별 계약은 맺지 못하더라도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블랙핑크는 2016년 8월8일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붐바야'를 내세운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으로 데뷔했다. 2022년 정규 2집 '본 핑크'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최정상 걸그룹이 됐다.
또 K팝 걸그룹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걸그룹 역사도 다시 쓰고 있다. 걸그룹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08년 4월5일 자에서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Danity Kane)'이 '웰컴 투 더 돌하우스'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14년5개월 만이었다. 또 2001년 팝 수퍼스타 비욘세 등이 속했던 미국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이후 21년 만에 미국과 영국 차트에서 동시에 1위에 거머쥔 여성 그룹이라는 기록도 썼다.
또 2022년과 2023년 K팝 걸그룹 최다 관객인 180만명을 모은 월드투어 '본 핑크'로 최근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에 선정됐다.
무엇보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또 다른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고급스럽다는 것이다. 제니, 지수, 리사, 로제 네 멤버 모두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각각 '인간 샤넬·디올·셀린느·생로랑'으로 불리며 명품 모델로 활약 중이다. '고급 백화점 1층 점령 걸그룹'으로도 통하는 이유다. 수많은 여성들이 따라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강렬한 음악과 이런 이미지들을 기반 삼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의 표출도 블랙핑크 인기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게 팬덤 '아미'가 있다면, 블랙핑크에겐 팬덤 '블링크'가 있다. 남성 팬뿐만 아니라 여성 팬도 상당수다. 미국의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세일럼 일리스도 블링크를 자처한다. 현재 블랙핑크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600만 명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 1위다.
◆솔로활동은 천차만별
그런데 솔로 활동의 결은 천차만별이다. 각자 차린 독립 레이블 이름만 봐도 멤버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제니가 설립한 '오드 아틀리에'(ODD ATELIER·OA 엔터테인먼트) 이름에서 오드는 특이한, 아틀리에는 작업장 혹은 화실로 통한다. 제니는 이 레이블을 통해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방식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제니는 실제 내달 7일 첫 정규 1집 '루비' 발매를 앞두고 선보이는 음악들에서 다양한 비주얼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리사 레이블 이름은 '라우드(LLOUD)'다. 리사는 이 레이블 론칭 소식을 전하면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레이블명은 자신의 영문명에서 알파벳 L과 '소리가 큰' 뜻을 지닌 라우드(LOUD)를 합쳐 본인의 목소리를 크게 들려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핑크 음악을 책임진 YG 출신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에 새 둥지를 틀었다. 로제의 선택은 옳았다. 이 레이블에 둥지를 튼 이후 처음 낸 싱글 '아파트'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그녀는 솔로로도 거물급 뮤지션이 됐다.
해외 활동도 서로 다른 레이블을 통해 하고 있다. 로제는 '아파트'를 협업한 브루노 마스를 비롯 브릿팝 밴드 '콜드 플레이',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등이 속한 워너뮤직 산하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했다.
제니는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레이블 컬럼비아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 영국 팝스타 아델과 해리 스타일스 등이 속한 곳이다. 리사는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 RCA 레코드와 계약했다. RCA 레코드는 에이셉 라키(A$AP Rocky), 베키 지(Becky G), 도자 캣(Doja Cat),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시저(SZA) 등과 일하고 있다.
◆로제 眞·지수 美·제니 善·리사 想…솔로활동 백화제방
프로이트가 말하는 인격 구조를 빌려보면 에고, 즉 자아는 타인과 구별되는 존재이다. 슈퍼에고의 명령과 이드의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자아인데 인식과 행위의 주체다.
로제는 자신의 애칭 '로지'를 내세운 첫 정규에 실린 열 두 곡의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보다 솔직하면서도 내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그리고 유튜브 등에서 K팝 여성 가수들의 신기록을 세운 '아파트'는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걸 꾸밈 없이 담아낸 곡이고, 마스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발라드 '넘버 원 걸'은 로제가 팬들을 생각하며 써내려간 곡이다. 타이틀곡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는 해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겪은 감정 소모를 표현했다.
'아파트' 덕분에 이번 로제 활동이 밝은 측면이 강조됐지만 사실 이번 앨범은 내용적으로 무거운 편이다. 로제는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 20대를 살면서 겪어왔던, 꼭 예쁘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사실 20대가 쉽지 않은 시기였다는 로제는 "그래서 힘들었던 만큼 그런 이야기들을 꾹꾹 담아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로지'라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부연했다. 제니의 앨범을 그래서 한자 하나로 축약하면 진(眞)이다.
제니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은 아직 발매 전이지만 지금까지 먼저 들려준 곡들을 살펴보면 선(禪)으로 요약 가능하다. 선은 마음을 가다듬어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불교 수행법을 가리킨다. 제니는 이 선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영어 단어 '젠(Zen)'을 제목으로 한 곡의 뮤직비디오 발표했다. '젠' 이전엔 불교에서 기도나 명상 때 외우는 주문인 '만트라(mantra)'를 제목으로 내세운 곡을 발매했다.
'그래미상'에 빛나는 미국 대세 래퍼 도이치(Doechii)와 협업한 '엑스트라L(ExtraL)'은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흔들림 없이 나아가며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강렬한 선언이다.
사랑 노래도 평범한 애정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얼터너티브 뮤지션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가 피처링한 '러브 행오버(Love Hangover)'는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저항할 수 없는 끌림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파이크와 도이치 외에 이번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명단이 화려하다.
미국 래퍼 겸 프로듀서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도널드 글로버)를 비롯 미국 얼터너티브 뮤지션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Dua Lipa), 프랑스 전자음악 뮤지션 FKJ, 미국 싱어송라이터 칼리 우치스(Kali Uchis)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협업한다.
지수가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발매한 첫 미니 앨범 '아모르타주(AMORTAGE)'는 그녀의 화려한 외모를 닮은 미(美)로 설명 가능하다. 앨범 타이틀 '아모르타주'는 스페인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와 여러 장면을 이어 붙여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 구성 기법인 '몽타주(MONTAGE)'의 합성어다.
이번 앨범엔 한국어 곡인 '어스퀘이크(earthquake)'와 '티어스(TEARS)', 영어 곡인 '유어 러브(Your Love)'와 '허그스 앤 키세스(Hugs & Kisses)'까지 총 네 곡이 수록된다.
타이틀곡 '어스퀘이크'는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과 상대를 향한 강렬한 감정을 표현했다. 사랑이 깊어면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담은 '유어 러브', 이별의 슬픔을 감추고 애써 밝아 보이려는 모습을 노래한 '티어스', 이별 후의 해방감과 본연의 나를 되찾는 자유를 그린 '허그 & 키세스'까지 모든 수록곡들이 사랑의 전 과정에 대한 공감대를 담고 있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지수의 내면이 묻어난다.
리사가 오는 28일 발매하는 첫 정규 앨범 타이틀 자체가 '얼터 에고'다. 또 다른 자아를 뜻하는 앨범에서도 보듯, 리사의 다른 면모들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미국 래퍼 도자 캣(Doja Cat)과 영국 싱어송라이터 레이(RAYE)가 피처링한 신곡 '본 어게인(Born Again)' 역시 이 맥락 위에 있다.
리사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 역시 제니 못지 않다. 로살리아, 도자 캣, 레이는 현재 최고의 여성 팝스타들로 통하는 이들이다.
리사와 제니는 블랙핑크 완전체가 이미 두 차례 출연해 크게 주목 받은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4월)에 출연한다.
최근 블랙핑크 네 멤버의 솔로 활동은 아이돌 그룹 '나'가 반드시 '개인 자아'와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걸 증명한다. 고해성사 혹은 자기선언으로 이뤄진 이들의 내면 고백은 하반기 예정된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에 성숙함을 더할 시너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YG와 블랙핑크는 아직 솔로 활동이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완전체 활동에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2025 월드투어' 계획을 발표했는데, 오는 8월15일 K팝 여성 가수 처음으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성한다. K팝 통틀어선 2019년 방탄소년단 이후 약 6년 만이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전 세계 뮤지션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는 곳이다.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1985년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도 이곳에서 펼쳐졌다. 그간 방탄소년단 외에 비틀스,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비욘세, 에미넘, 에드 시런,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공연했다.
이번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는 오는 7월 5~6일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출발한다. 국내 새로운 콘서트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단독 공연하는 K팝 걸그룹 역시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블랙핑크는 이번 투어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토론토,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일본 도쿄까지 총 10개 지역을 찾는다.
블랙핑크 완전체 2기 활동은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서 각자 존재감이 한껏 커진 뒤인 만큼, 그 파급력은 아직 함부로 추정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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